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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풍력으로... "신재생에너지 덕에 5000명 추가 채용합니다"

입력
2022.02.09 11: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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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우리 삶을 바꾼다]
<중> 뒤바뀌는 일자리 지형도

편집자주

기후위기로 삶의 터전을 위협받는 건 이제 더 이상 북극곰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의 밥상물가, 일자리,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 면면을 상, 중, 하 총 3회로 짚어봤습니다.


경남 고성군에 있는 삼강엠앤티 공장에 마무리 작업을 끝낸 해상 풍력 발전기 하부구조물들이 나란히 서있다. 삼강엠앤티 제공

경남 고성군에 있는 삼강엠앤티 공장에 마무리 작업을 끝낸 해상 풍력 발전기 하부구조물들이 나란히 서있다. 삼강엠앤티 제공

“주문이 너무 많아 지금 2개 공장으론 감당이 안 돼요. 급히 근처에다 165만㎡ 규모 공장을 짓는데, 거기서만도 5,000명 정도 신규 고용이 발생할 겁니다.”

경남 고성군과 창원시 사이 바닷가에 자리한 삼강엠앤티(M&T) 직원들은 기후변화가 반갑다.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가 기후변화 특수 덕분에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지난달 고성군 동해면에 있는 삼강엠앤티 본사에서 만난 송상호 부사장은 "조선업 불황으로 침체에 빠진 동남권 경제벨트가 풍력발전의 바람을 타고 활력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풍력 하부구조물만 8000억 원 수주

삼강엠앤티는 두꺼운 강판을 구부려 파이프로 만드는 후육강관 전문 제조사다. 1999년 경남 밀양에 회사를 세운 후 20년째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해왔다. 조선과 플랜트, 특수선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는데 2017년 조선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3년 연속 적자의 늪에 빠졌다. 2018년께 생존을 위해 새로운 분야를 찾은 것이 바로 해상 풍력발전의 하부구조물이다.

결과부터 말하면 글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연간 수주 실적이 2019년 4,803억 원에서 2020년 6,227억 원으로 뛰었다. 작년에는 1조3,900억 원으로 두 배 넘게 급증했는데, 이 가운데 8,000억 원이 풍력발전에서 나왔다. 우연과 필연이 맞물린 결과였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재생에너지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도래한 것은 행운이었다. 그러나 독보적인 기술력이 있었기에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다.

해상 풍력발전소는 크게 터빈과 타워, 하부구조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하부구조물은 바다에 풍력발전기를 세우기 위해 땅속에 심는 초대형 파이프라 생각하면 된다. 풍력발전소 전체 설비에서 20%를 차지하며 상부구조물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핵심 기술이다. 송 부사장은 "최소 30년 동안 바다에서 파도와 바람을 견디고 부식되지 않는 파이프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세계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20년간 갈고 닦은 기술력이 풍력발전을 만나 빛을 발한 것이다.

1년 새 직원 1000명 늘어... 지방기피로 '인력난'

해상 풍력발전은 이제 막 시작단계다. 영국 등 유럽국가들이 앞서 나간 분야였는데 최근엔 중국과 대만, 일본, 한국 등 아시아국가들이 앞다퉈 증설에 나서고 있다. 하부구조물은 운반이 쉽지 않아 유럽 회사가 아시아에서 수주를 하기 쉽지 않다. 발전용량도 갈수록 대형화되고 있어 내구성을 검증받은 회사에 주문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최근 해상 풍력을 급격히 늘리고 있는 대만은 하부구조물의 대부분을 삼강엠앤티에서 조달하고 있다. 수요가 더 가파르게 늘어날 것에 대비해 작년 말 SK에코플랜트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는 주식 매매 계약도 체결했다.

이 회사가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은 '고용 효자'라는 이유다. 삼강엠앤티의 직원은 1년 사이 1,000명이 늘어 3,000여 명에 육박한다. 직접 채용하는 인력뿐 아니라 케이블이나 의장품, 단조품 등 기자재들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 미치는 낙수효과도 크다. 새 공장까지 완공되면 최소 5,000명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할 전망이다.

문제는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업 불황으로 기능직 노동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난 데다 인력 노쇠화와 지방 기피 현상까지 심화되고 있어서다. 송 부사장은 "공장 옆에 기술교육원을 설립해 용접부터 하나씩 교육시키고 있지만 숙련된 인력을 육성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심각해지는 인력 '미스 매치'... "체계적 전직 교육 절실"

삼강엠엔티의 사례는 '떠오르는 산업'을 발빠르게 육성하는 것이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공백을 메우는 최적의 대안임을 보여준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재생 에너지 발전소에 고용되는 인력뿐 아니라 제조 분야에서도 대규모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전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2025년까지 1만 개, 2030년까지 1만3,000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석탄화력은 MWh당 운영·유지보수 인력이 0.14명인데 해상 풍력은 0.3명, 태양광은 0.7명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낡은 인재 육성 시스템을 고수하며 '미스매치'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고용 전환 지도라는 시스템을 통해 적시에 인력 교육이 이뤄지는데 국내에선 저무는 산업의 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전직 교육이 전무하다"며 "자동차 분야만 봐도 차량용 소프트웨어 분야는 9,000명, 배터리 산업은 3,000명이 부족하다는 통계가 있다"고 말했다.

전환 속도가 더디고 걸림돌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영국의 경우 2020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41%에 달하는 반면 석탄 발전은 1.7%에 불과하다"며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역량은 충분하지만 여전히 정치권이나 기업에서 기존 에너지원으로 '싸게' 경제활동을 하려는 의지가 강해 변화가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성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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