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안보리 회의에서 ‘추가제재 불가론’ 공언
北은 방역예산 증액 등 ‘봉쇄 완화’ 준비 본격화
“'핵미사일 고도화 위한 호기' 오판할 가능성도”
북한은 6, 7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비상방역’ 관련 예산을 전년도 대비 33%나 증액했다. 당장 외교가에선 “북한이 중국ㆍ러시아의 뒷배를 믿고 ‘제한적 교류’ 준비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국ㆍ미국ㆍ일본의 압박이 아무리 거세도 무력시위를 마냥 감싸는 중러의 지원이 든든한 만큼 교역 재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7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공개된 중러의 대북제재 비판 발언과 북한의 방역 예산 증액의 연관성을 주목하고 있다.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와 장쥔 주유엔 중국 대사는 회의에서 “주요 서방국의 ‘세컨더리 제재(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3자 제재)’가 평양에서 나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대북 제재가) 심각한 인도주의적 결과를 초래했다” 등 추가 제재 불가론을 폈다. 미국의 거듭된 경제제재 탓에 구호물자 등 대북 인도적 지원마저 어려워졌다는 논리다. 두 나라는 지난해 10월에도 대북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내용의 결의안 초안을 안보리에 제안했지만 서방 이사국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안보리 발언과 방역 예산의 연결고리는 북한 ‘셀프 봉쇄 완화’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출구전략 모색에 부심하는 북한은 최근 일부 교역을 재개했는데, 제재 거부를 확약한 만큼 중러가 확실한 숨구멍이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8일 “북한이 남측을 포함해 대외 교류를 전면 재개하려면 주민들이 모두 접종할 수 있는 수준까지 코로나19 백신이 공급돼야 한다”며 이번 예산 증액을 중러를 상정한 교류 재개 준비 차원으로 분석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을 무력화할 정도로 중국의 비호가 공고하다는 점도 이런 진단에 힘을 싣는다. 실제 북한은 1월에만 7번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지만, 중러는 우려 표명은커녕 세 차례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도 줄곧 북한 편만 들어 변변한 공동성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한미일 3국이 12일 예정된 외교장관 회담에 더해 국방장관 회담, 한일 양자 회담 등 다양한 협의체를 동원해 공조 태세를 끌어 올리고 있으나, 북한이 압박을 느끼기보다 중러를 향한 믿음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도발 수위를 높여도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대화와 외교’ 해법만 되뇌는 것 역시 북한이 자신감을 갖는 이유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전날에도 “한반도 비핵화의 궁극적 도구는 외교”라고 못박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김일성 생일 등 주요 이벤트가 있는 4월까지도 완전한 개방은 어렵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오히려 핵미사일 고도화를 위한 호기로 오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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