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PCR 검사 받으려면 입원확인서 필요한데
자연분만 임신부는 출산일 특정 안돼 발급 불가
유료 검사에 10만원 이상 들기도… "경제적 부담"
"보건소에서 무료로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으려면 입원일이 확정돼야 한다네요. 제왕절개나 유도분만이면 모를까, 저처럼 자연분만을 하는 사람은 아기가 언제 나올지 모르니 보건소 검사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38주차 임신부 김모(34)씨는 요즘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다니는 산부인과에서 분만 전 PCR 검사를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의 코로나19 검사체계 전환으로 더는 무료 PCR 검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병원에서 유료 검사를 받아야 할 텐데 비용이 부담이다. 김씨는 "조리원에 들어갈 때도 음성 확인이 필요해 남편까지 합치면 40만 원이 넘는 돈을 검사비로 지불해야 한다"고 한탄했다.
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3일부터 고위험군만 PCR 검사를 우선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출산을 앞둔 이들의 불편이 급증하고 있다. 대부분의 산부인과에서 산모와 신생아의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분만 전 PCR 검사 결과를 요구하는데, 임신부는 정부의 우선검사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자연분만 예정자의 부담이 가장 크다. 제왕절개나 유도분만의 경우 입원일이 확정된 의사소견서나 입원예정확인서를 제출하면 보건소에서 무료로 PCR 검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자연분만은 출산일을 특정할 수 없어 해당 서류를 발급받을 수 없다. 남은 선택지는 분만할 병원에서 유료 검사를 받는 것뿐인데 본보 취재 결과 검사료가 4,000원부터 10만 원 이상까지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다.
무료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임신부라도 최근 검사 대기자가 폭증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왕절개를 앞둔 아내가 지난 6일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받을 때 동행한 조모(34)씨는 "추운 날씨에 만삭 임신부가 1시간 이상씩 기다리긴 힘들다"며 "혹시 편의를 봐줄 수 없냐고 문의했지만 그대로 대기하라는 답변만 받았다"고 말했다.
임신부들은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예정일을 열흘가량 앞둔 임모(32)씨는 "언제는 임신부가 고위험군이라며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하더니 이번 우선검사 대상에선 제외했다"고 꼬집었다. 4월 말 첫 출산을 하는 윤모(37)씨는 "정부는 저출산이 심각하다고 하면서 정말 필요한 도움은 주지 않는다"며 "둘째는 생각도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신부도 무료로 PCR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동석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산모와 신생아 안전을 위해선 분만 전 PCR 검사가 필요한 만큼 임신부를 우선검사 대상에 포함해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방역당국은 검사 역량이 한정돼 불가피하게 발생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PCR 자원이 한정된 만큼 우선검사 대상은 고령이나 기저질환자 등 위중증 감염 위험이 높은 이들 위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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