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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각자도생 메우려면 대형병원을 재택치료 거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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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각자도생 메우려면 대형병원을 재택치료 거점으로"

입력
2022.02.09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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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동호 명지병원 감염내과 교수

조동호 감염내과 교수가 7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 명지병원에서 코로나19 및 오미크론 사태 관련 전망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홍인기 기자

조동호 감염내과 교수가 7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 명지병원에서 코로나19 및 오미크론 사태 관련 전망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홍인기 기자

“오미크론을 상대하려면 대형병원이 재택치료 거점이 돼야 합니다. 동네 병의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지난 7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명지병원에서 만난 조동호 감염내과 교수는 의외의 제안을 내놨다. 정부는 그간 오미크론 대응을 위해서라면 동네 병의원 같은 1차 진료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해왔다. 하지만 조 교수는 “방향은 옳지만, 동네 병의원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앞으로 한두 달 환자가 폭증할 오미크론 대유행 사태를 어떻게 견뎌낼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조 교수의 우려는 고스란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확진자가 폭증하고 재택치료를 고위험군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방침이 발표된 뒤 재택치료에 대한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재택치료를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 보건소에 물어보려 해도 전화가 안 된다, 확진된 뒤 며칠인 지나서야 겨우 연락이 오더라 등등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는 전초전에 불과하다. 하루 확진자가 3만 명 수준인 현재만 해도 재택치료자는 15만9,169명으로 관리 가능 인원의 90% 이상이 찼다. 경기 북부 지역의 코로나19 대응의 핵심인 명지병원 또한 최대 2,000명을 돌볼 수 있는데, 이미 1,600명의 재택치료자를 관리하고 있다. 방역당국 예상대로 이달 말 하루 확진자가 17만 명까지 치솟으면 재택치료 관리는 아노미 상태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지난 2년간 코로나 대응을 위해 ‘지역별 거점전담병원’이 지정된 것처럼 이번엔 '거점재택치료센터'를 지정하자는 조 교수의 제안은 그래서 나왔다. 동네 병의원이 제대로 경험을 갖출 때까지 대형병원들이 징검다리가 되어 버텨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조 교수와 일문일답.

"하루 확진자 4만 명이면 재택치료 불가능"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만6,719명으로 나흘 연속 3만 명대를 기록하고 있는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신속항원검사와 PCR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만6,719명으로 나흘 연속 3만 명대를 기록하고 있는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신속항원검사와 PCR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뉴시스


-확진자 3만 명 선인데 재택치료가 허덕이고 있다.

"재택치료 관리 여력에 비해 확진자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 4만 명을 찍으면 포화 상태에 다다른다. 지금도 증상이 없으면 고위험군도 재택치료자로 분류된다. 이미 감염자와 일반인의 확실한 분리도 불가능해졌다. 오미크론이 정점에 도달하면 모든 구분과 관리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재택치료자를 집중관리할 지역별 거점이 필요하다."

-재택치료 의료기관 거점화, 어떤 방식인가.

"델타 변이 때까지 환자를 집중 관리한 감염병전담병원처럼 재택치료자 4,000명 이상을 관리할 수 있는 전담 의료기관을 지정하자는 것이다. 재택치료에서 중요한 건 증상 악화 때 즉각 이송해야 한다는 건데, 큰 병원이 한다면 더 쉽게 대응할 수 있다."

-동네 병의원 아닌 대형병원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건가.

"물론 동네 병의원이 최대한 참여해야 한다. 그런데 일단은 참여 숫자가 너무 부족하다. 게다가 시스템 정착에 시간이 걸린다. 다 갖춰져도 환자를 보려면 경험이 쌓여야 한다. 병의원급 의료기관들이 코로나 환자를 돌보려면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음 달이면 오미크론이 정점인데 그때까지 절대 갖춰지지 않는다. 우리의 준비와 대응은 이미 한참 늦었다. 그에 반해 큰 병원들은 나름대로의 경험과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한두 달 대형병원들이 거점이 돼야 한다."

"계절성 독감처럼 관리? 너무 이른 얘기"

재택치료 관리체계 전환 발표 이튿날인 8일 오후 호흡기 전담클리닉으로 지정되어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가 가능한 서울 종로구 한 이비인후과가 진료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재택치료 관리체계 전환 발표 이튿날인 8일 오후 호흡기 전담클리닉으로 지정되어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가 가능한 서울 종로구 한 이비인후과가 진료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오미크론으로 인한 위중증 환자가 2,500명까지 생긴다고 한다.

"불가피한 상황이다. 고위험군의 중증화율을 최대한 낮추는 게 관건이다. 중환자 병상은 여력이 있지만, 경증환자들이 치료시기를 놓쳐서 중증화되는 걸 막아야 한다. 오미크론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건 빠른 진단과 조기 치료다."

-정부는 3월 이후 감소세로 돌아선다, 엔데믹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이달 말쯤 하루 10만 명 이상 환자가 쏟아질 수 있다. 정부 예상대로 하루 17만 명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과정을 거쳐 감소세로 돌아서고 엔데믹이 되리라 기대할 수는 있다. 장기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는 건 맞다. 하지만 절대 방심해선 안 된다. 미국과 이스라엘 상황을 보라. 오미크론 확산이 정점을 찍고 확진자가 줄었다고 했는데, 최근 들어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우리가 3월에 정점을 찍고 내려간다 해서 안심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언젠가 독감처럼 관리하는 상황이 오겠지만, 정부가 먼저 나서서 그런 말을 한 건 이른 감이 있다."

"오미크론, 절대 감기 수준 아냐…인후통 있으면 검사를"

조동호 감염내과 교수가 7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 명지병원에서 코로나19 및 오미크론 사태 관련 전망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홍인기 기자

조동호 감염내과 교수가 7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 명지병원에서 코로나19 및 오미크론 사태 관련 전망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홍인기 기자

-오미크론은 증상이 가볍다는 생각 때문에 방역 심리가 무너졌다는 평도 나온다.

"절대 그렇지 않다. 사망률과 치명률을 따져본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질병이란 얘기다. 아직도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 중에는 코로나19가 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의료진 중에도 '방역 조치가 너무 자주 바뀌어서 잘 모르겠다'는 사람이 있다. 정부가 더 열심히 설명해야 한다."

-이전과 다른, 오미크론만의 증상이 있나.

"오미크론은 주로 상기도 감염이다. 하기도까지 감염시켜 폐렴을 발생시키는 델타 변이와 다른 점이다. 그래서 증상은 일반 감기와 비슷한데 기침과 콧물, 인후통 증상이 제일 많다. 이 증상이 3일 이상 지속되면 바로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열은 면역 반응이 과해져서 나는 건데, 우리는 백신 접종률이 높아 항체가 어느 정도 형성됐기 때문에 열은 잘 안 난다. 열이 나면 검사받아야 하지만, 그 이전에 목이 아파도 의심해야 한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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