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문체부 장관 베이징 기자간담회]
"스포츠를 정부에 이의 제기하는 경우 없어"
"분위기 격앙돼 선수단 철수 발언 나오기도"
"한복, 中 정부가 중국옷이라 주장한 적 없어"
"中, 한국 소프트파워 전 세계 확산에 불편함"
"남은 경기 선수들 분위기 조성에 최선 다할 것"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8일 쇼트트랙 편파 판정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중국에 조치를 취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애매하다”고 밝혔다. 베이징올림픽에 정부 대표로 참석한 황 장관은 9일 귀국한다.
황 장관은 이날 주중특파원단과의 화상간담회에서 “올림픽과 관련한 국내와 국제 조직이 있는데 이것을 국가 간의 관계로 이야기하는 게 어색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스포츠에서 일어난 일을 주최국 정부에 이의 제기하는 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 장관은 “전날 쇼트트랙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다”며 “너무 당황스럽고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끝나자마자 체육회장, 선수단장 등과 다 모여서 대응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판정을 뒤집을 수 없다고 하더라”며 “그래서 이건 기록에 남기고 제소도 하면 판정하는 분들에게 긴장감을 준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도 같은 내용을 보냈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도 공식 제소할 방침이다. 중국 정부에 직접 항의하는 것만 제외하고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는 셈이다. 황 장관은 다만 선수단 철수설과 관련 “분위기가 상당히 격앙돼 이 정도면 철수도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며 “다만 선수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어 서한에 국민 여론의 불만이 팽배해 있다는 정도만 담았다”고 전했다. 이어 “남은 경기가 또 있으니 선수들이 분위기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베이징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한 한복과 관련, “정부 대표로 올림픽에 참석할 때부터 정치와 스포츠는 엄격히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하지만 한복은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중국 옷이라고 주장한 적이 없어 정부 대표가 먼저 항의한다는 것은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황 장관은 “정부 대표로서 할 수 있는 부분과 아닌 부분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 정부를 향해서는 강력히 대응하지만 한복 논란은 그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황 장관은 올해 한중 수교 30주년에도 불구하고 이번 편파 판정까지 겹쳐 양국 국민들의 반감이 증폭되는 것과 관련, “중국 입장에서 한국은 작은 나라라고 생각할 텐데 한국 문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소프트파워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중국의) 불편함이 있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이 시진핑 주석 체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한중 문화교류 확장을 이야기하면서도 중국 내 사정이 있다 보니 한국 문화 확산에 불편함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전날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과 이준서가 각기 다른 조에서 조 1위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당했고, 중국 선수들이 모두 결승에 진출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에 개최국 중국에 유리한 편파 판정이라는 비난이 고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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