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폭증 대비해 병원에 지침 내려
잠잠하던 치명률도 2주 만에 1.5배 늘어
"먹는 치료제 처방 40대로 확대 검토"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폭증세가 이어지면서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5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방역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입원 치료 대상자가 급증해 음압병동 입원이 불가능할 경우, 일반병동 일부를 코로나 병동으로 활용토록 하는 '의료기관 업무연속성계획(BCP) 지침'을 병원급 일선 의료기관에 배포했다.
확진자 폭증세가 이어짐에 따라 그간 안정적으로 보였던 치명률도 꿈틀대고 있다. 방역당국은 치명률이 2주 만에 1.5배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중환자 의료체계가 현재로선 여유 있다지만, 결코 안심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확진자 5만 명 ... "일반병실도 코로나 환자 받으라"
9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까지 전국에서 4만8,437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는 전날 같은 시간의 4만944명보다 7,493명 늘어난 수치로, 동시간대 최대 규모다. 전날인 8일 하루 코로나19 확진자도 역대 최대 규모인 4만9,567명이 발생했다. 이런 추세라면 10일 0시에 발표된 신규 확진자 수는 5만명을 넘어 역대 최다 기록을 하루 만에 갈아치울 것으로 확실시 된다.
방역당국은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병원 내 의료진 감염 대비 의료기관 BCP 지침'을 마련해뒀다. 지침에 따르면 '하루 확진자 5만 명 이상'일 경우 '위기 단계'를 적용토록 하고 있다.
위기 단계 때는 △외래 진료를 비대면으로 전환 △음압병동 입원이 불가능할 경우 공간 분리를 통해 일반병동 일부를 코로나 병동으로 활용 △무증상·경증인 의료인력 확진자는 3일 격리 후 신속항원검사 음성 시 근무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당장 10일부터라도 위기 단계가 적용될 수 있다. 방역당국은 일단 "단계 적용 기준은 확진자 수 외에도 의료기관 내 인력 감염 또는 격리 비율을 자체적으로 반영해 설정할 수 있다"며 "확진자가 5만 명을 넘는다 해서 바로 적용되는 건 아니고 정부 지침과 병원 판단에 따라 시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오미크론 치명률 2주 만에 1.5배 상승… 먹는 치료제 40대로 확대
오미크론 대응의 핵심은 '확진자 수'보다는 '중증화율과 치명률 관리'다. 하지만 확진자 수가 크게 늘면 중증화율과 치명률도 상승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오미크론 확진자 2만2,703명과 델타 확진자 2만8,004명을 비교한 결과, 오미크론 치명률은 0.21%로 0.7%인 델타의 3분의 1 수준이며, 계절독감의 2배"라고 설명했다. 앞서 7,000명대 확진자가 나오던 지난달 24일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치명률이 0.16%로 델타의 '5분의 1'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2주 새 치명률이 1.5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현재로선 중환자 전담치료병상 가동률이 18.5%에 불과하지만, 확진자 수와 중증화율 및 치명률은 시차를 두고 이어진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만은 없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또 먹는 치료제 처방 대상을 50대에서 40대 이상 고위험군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확진자가 위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국회 예결위에 출석해 "의료기관과 협의해 적절한 투여 대상을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일상회복' 언급하더니 '위기단계' 코앞
전문가들은 방역당국의 일관된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오미크론으로 인한 확진자 폭증세가 뻔히 눈에 보이는 상황에서도 방역당국은 그에 대한 대비를 당부하지 않았다. 대신 국민들에게 '오미크론을 계절독감처럼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거나 '의료 대응 여력을 감안해 일상 회복을 재개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결국 정부가 오미크론으로 인해 이렇게 빨리 확진자가 늘어날 것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며 "재택치료를 기반으로 한 의료 전달 체계를 서둘러 갖추는 한편, 의료진과 국민들을 상대로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불필요한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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