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수혜 입은 제약·바이오 업계
눈부신 성장의 배경은 백신 위탁생산
1조원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은 과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속에서 실적 '잭팟'을 터트렸다. 위탁생산(CMO)과 자가진단키트 수출 등 코로나19에 대한 신속 대응으로 '쾌속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다. 기업마다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리며 연매출 '2조 원 시대'도 열었다.
CMO 양대산맥 SK바이오·삼성바이오 고공 행진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바이오 시장 성장은 코로나19 백신 CMO 사업에 뛰어든 대기업들이 견인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의 백신 CMO 사업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311.8%, 영업이익은 1,158% 증가했다.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완제 생산(DP)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규모인 3공장 가동률을 높여 매출은 34.6%, 영업이익은 83.5% 끌어올렸다.
백신 생산은 자본력과 제조능력 등이 요구돼 진입장벽이 높은데, 백신 CMO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발빠르게 경쟁력을 강화한 게 주효했다. 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은 제조업 노하우와 자본력을 갖춰 초기 자원이 많이 드는 CMO 사업에 진출할 수 있었고 해외 인지도가 있는 만큼 계약도 빠르게 성사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의약품 수요 예측 등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CMO 활용을 확대하는 추세라 향후 관련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리포트링커에 따르면 세계 CMO 시장규모는 2019년 1,097억 달러 (약 131조 원)에서 연평균 6% 성장해 오는 2025년 1,621억 달러(약 19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롯데와 CJ 그룹도 관련 사업에 뛰어들어 대기업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음 과제는…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신약 출시와 기술수출 확대에 힘입어 제약·바이오사 연매출 2조 원 클럽도 탄생했다. 자가진단키트 기업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이 2조4,800억 원을 기록해 이미 첫 테이프를 끊었다.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를 개발한 셀트리온과 기술수출로 약 2,000억 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유한양행도 올해 매출 2조 원 고지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제약·바이오 업계의 지난해 기술수출액도 13조3,720억 원으로 역대 최고를 달성했다. 지난달에만 이미 4건의 기술수출 계약이 성사돼 올해도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신약 개발 프로젝트(파이프라인)는 1,477개로 2018년(573개) 대비 157.8% 증가했다. 협회 관계자는 "해외시장과 비교해도 파이프라인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며 "활발한 연구개발(R&D) 투자로 올해는 신약개발 성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성과에도 단일 품목으로 연매출 1조 원을 책임질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없는 점은 한계로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기초단계의 기술수출이 계약금과 기술료 확보에 그치는 것을 넘어 신약 탄생으로 결실을 맺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수출한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서 신약이 출시되고 그 경험이 이어져 향후 국내 기업 스스로 해외시장에 신약을 선보이는 선순환이 쌓여야 내실 있는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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