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의전 등 논란 "모두 저의 불찰"
'감성' 배제하고 두번 허리 숙여
"제보자 A씨는 피해자... 한 번 만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9일 과잉 의전 및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 "모두 저의 불찰"이라며 사과했다. 지난 2일 사과문 발표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되며 이 후보의 지지율까지 발목을 잡자, 기자회견을 통해 국면 전환에 나선 것이다.
김씨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의 부족함으로 생긴 일들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특히 제보자 당사자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허리를 숙였다. 전직 경기도청 별정직 7급 공무원 A씨는 언론을 통해 전 총무과 소속 5급 공무원 배모씨가 김씨의 약을 대리 처방·수령하게 하고 김씨에게 전달할 소고기를 법인카드로 결제하도록 하는 등의 지시를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김씨는 배씨에 대해 "오랜 인연이다 보니 때로는 여러 도움을 받았다"며 "공직자 배우자로서 모든 점에 조심해야 하고 공과 사 구분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선거 후에라도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설명드리고 끝까지 책임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혜경, 사과문 발표 1주일 만에 기자회견
김씨의 기자회견은 지난 2일 사과문 발표 이후 1주일 만이다. 지난달 설 연휴 직전 의혹 보도가 나온 후에도 이 후보 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했고 민주당에선 배씨의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면서 설 연휴 민심은 악화했다. 언론에서 추가 의혹이 이어지자 설 연휴를 기점으로 이 후보의 지지율 반등을 모색하려 했던 민주당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이에 선대위 내에서 김씨가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이낙연 전 대표가 이날 오전 "진솔하게 인정하고 겸허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밝히며 기자회견이 성사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30%대 중후반 박스권을 돌파하기 위해선 배우자 리스크를 빨리 털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건희 사과 회견과 어떻게 달랐나
김씨는 회견에서 200자 원고지 두 장 분량의 사과문을 읽기 전후 두 차례 허리를 굽혀 '90도 사과'를 했다. 회견 후 5분여 동안 취재진과 질의응답도 진행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씨가 지난해 말 허위이력 기재에 대한 사과 기자회견을 한 후 질의응답이 없었던 것과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김씨가 담담한 어조로 사과문을 읽어 내려가는 모습도 진한 화장을 한 김건희씨가 윤 후보와 애틋한 관계를 소개하는 데 회견의 절반을 할애하고 유산 사실까지 밝히며 감정에 호소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사실관계 빠진 사과... 논란 잠재울까
다만 김씨를 둘러싼 의혹이 잠잠해질지는 미지수다. "사실관계를 어디까지 인정하는 것인가", "자택으로 배달된 법인카드 소고기 양이 상당한데 식구들과 함께 드셨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수사에 협조하겠다"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 직접 등장했을 뿐 내용적으로는 2일 사과문과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특히 제보자 A씨에 대해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배씨가 소개해준 분으로 첫날 만난 후 소통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적 심부름을 지시하는 데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한 셈이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김씨는 경기도 공무원들의 사적 비서 활용, 업무추진비 등 공적자금 유용, 대리 처방, 관용차 사적 사용 등 어느 사실관계도 밝히지 않았다"며 '동문서답' 사과라고 비판했다. 오현주 정의당 선대본 대변인 또한 "제기된 문제에 대한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평가를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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