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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인싸' 곽윤기의 마지막 도전은 진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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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인싸' 곽윤기의 마지막 도전은 진지하다

입력
2022.02.13 15:29
수정
2022.02.1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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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기가 1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준결선에서 1위로 골인한 뒤 포효하고 있다. 베이징=뉴스1

곽윤기가 1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준결선에서 1위로 골인한 뒤 포효하고 있다. 베이징=뉴스1

남자 쇼트트랙 곽윤기(33)는 베이징에서 누구보다 바쁘다. 대표팀의 맏형으로, '57만 유튜버'로 경기장 안팎에서 마지막이 될 올림픽을 즐기고 있다.

한국 선수단 기수로 나선 개막식에서 '핑크 머리'로 주목받기 시작하더니 이후엔 거침없는 입담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대회 시작 전 "중국 선수들과 스치기만 해도 페널티(실격) 처분을 받을 것 같다"고 예상했는데 현실로 드러나자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쇼트트랙 2,000m 혼성 계주 경기 후 "중국이 아니었다면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편파 판정을 지적했다. 남자 1,000m에서 결국 한국 선수가 피해를 보자 그는 "많은 국민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분노를 억눌렀다.

그러면서도 중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편견은 배제했다. 지난 11일 남자 5,000m 계주 준결선에서 중국이 캐나다 선수와 부딪혀 최하위에 머무르고도 어드밴스 판정으로 결승에 진출했을 때는 "지난 월드컵 때도 그런 판정이 나왔다. 중국이 부당하게 결승에 올라간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팬들은 곽윤기의 소신 있으면서도 객관적인 발언에 박수를 보냈고, 그의 유튜브도 인기를 끌었다. 대회 개막 전 17만7,000명이었던 구독자 수는 13일 현재 57만5,000명으로 수직 상승했다. 지난해 월드컵 대회에서 네덜란드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에게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인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뽑기'를 시킨 영상은 조회수가 250만회를 넘었다.

12일에도 재미있는 영상을 올렸다. 트랙을 돌며 고개를 숙여 가랑이 사이로 뒤를 확인하는 '뒷선수 시점'이다. 곽윤기가 5,000m 계주 준결선에서 뒷선수의 추월을 막기 위해 다리 사이로 위치를 확인한 것인데 국내 한 네티즌이 '곽윤기 뒷선수 시점'이라며 재미있는 그림을 올린 게 시작이었다. 온라인에서 '밈(meme·인터넷에서 시작된 유행으로 창작된 패러디물)'으로 확산되자 곽윤기는 이를 자신의 SNS에 올렸다. "다들 그만", "이거 웃긴거 아니야"라며 애교 섞인 거부를 했지만 팬들이 재미있어 하자 스스로 '홍보'에 나선 것이다.

곽윤기의 진가가 드러난 건 정작 '본업'에서였다. 그는 5,000m 계주 준결선에서 극적인 인코스 추월로 한국을 결선에 올려 놓았다.

곽윤기는 2010 밴쿠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계주의 일원으로 은메달을 따내며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2014 소치 대회엔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고, 2018 평창에서도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4년 전 그는 "처음 올림픽에 나갔을 때부터 금메달을 놓쳤다. 한 번 더 도전해야 할 이유가 확실하게 생겼다"며 베이징올림픽을 향한 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주변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올림픽을 즐기는 곽윤기의 모습에 팬들은 열광하고 있다. 그래서 올림픽 은퇴 무대인 이번 대회 목표를 "최대한 즐기고 오는 것"으로 삼았지만 그의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는 진짜 목표는 금메달이다. 핑크 머리로 염색한 것도 빨간색 머리로 메달을 땄던 밴쿠버를 떠올리며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미라고 했다.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결선은 16일 열린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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