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박사의 쓰레기 이야기]
<9>음식물 쓰레기 업사이클링을 위해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 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우리나라는 전국 모든 도시지역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배출하고 있다. 2005년 음식물 쓰레기 매립을 전면 금지한 데 따른 성과다. 2019년 기준 음식물 쓰레기 90%가 재활용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대단한 성과다. 우리 모두 음식물 쓰레기에 대해서는 '쓰부심(쓰레기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하지만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음식물 쓰레기 자원화 수준을 지금보다 훨씬 더 높여야 한다.
양질의 음식물 쓰레기는 다시 '식품'으로 만들어야
양질의 음식물 쓰레기는 업사이클링해야 한다. 요즘 식품 업사이클링이 해외에서는 유망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식품부산물이나 음식물 쓰레기 중 깨끗한 것은 다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품으로 순환하자는 것이다. 식품 공장에서 나오는 콩비지나 맥주찌꺼기 등을 활용해서 쿠키나 에너지바를 만들거나 채소나 과일 등을 이용해 피클을 제조하는 식이다. 버려지는 농산물에서 영양소를 추출해 기능성 젤리를 출시한 사례도 있다. 못 먹는다고 바로 버릴 게 아니라 식품으로 다시 가공할 수 있을지 꺼진 불을 다시 보듯 살펴봐야 한다.
사람이 먹을 수 없다면 가축 사료로 사용
사람이 먹을 수 없는 것은 가축 사료로 우선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 가축이 먹을 만한 것을 먹여야 한다. 우선 음식물 쓰레기를 바로 가축의 사료로 먹이는 것은 금지해야 한다. 가축에게 할 짓이 못 된다. 사료업체에서 고품질 사료로 먼저 가공해야 한다. 가정에서 배출된 음식물 쓰레기는 가축 사료용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식품 부산물이나 유통 기한이 지나 폐기되는 식품, 급식소 등에서 배출되는 신선한 음식물로 만들어야 하고, 사료용으로 적합한지에 대한 품질관리체계가 강화돼야 한다. 다만 가정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곤충(동애등애) 먹이로 만들고, 그 곤충을 사료로 가공하는 방식은 앞으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가스 활용 시 공공하수처리시설 지침 개정 필요
음식물 쓰레기를 분해해 바이오가스 에너지로 이용하겠다고 환경부에서 발표했는데, 건더기는 사료나 퇴비로 우선 이용하고, 폐수를 바이오가스 에너지 생산에 이용하는 접근이 효율적이다. 현재 음폐수가 하수처리시설로 바로 유입돼 처리되는 양이 많은데 바이오가스를 먼저 생산한 후 하수연계처리가 되도록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공공하수처리시설 업무처리지침의 개정이 필요하다.
음식물 쓰레기, 배출 도시에서 우선 처리해야
배출지역 책임도 중요하다. 다른 지역에 쓰레기를 떠넘기고 나 몰라라 하면 안 된다. 개인들이 옥상이나 텃밭 등 도시 내 빈 공간을 활용하거나 아파트 단지 등에서 퇴비화 기기를 활용해서 발생원에서 먼저 자원화해야 한다. 도시 내에서 이용할 수 있으면 먼저 이용해야 한다. 혹시라도 다른 지역으로 갈 경우 배출지역에서 다시 공원수목 등의 퇴비로 구매해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 퇴비의 고질적 수요부족 문제를 배출지역 의무구매 강화로 해결해야 한다. 비료관리법에 따라 퇴비 포장지에 음식물 쓰레기로 원료표시를 하는 것도 이참에 고쳤으면 한다. 식품순환자원처럼 좋은 말도 있지 않은가. 20년 동안 이런 간단한 것도 고쳐지지 않는 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똥(糞)은 쌀(米)의 다른(異) 모습에 불과하다. 쓸모없는 것은 없다. 도시라는 공간이 그렇게 쓰레기를 쓸모없는 것이라고 낙인을 찍고 있다. 2050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서 음식물 쓰레기는 최대한 줄이되, 줄일 수 없는 것은 다시 도시에 필요한 자원으로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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