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야권 단일후보 한 자리를 놓고 '밀당'(밀고 당기기)을 시작했다.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20여 일. 최대 쟁점인 ①단일화 방식은 물론이고 ②단일화 시기 ③단일화 형태를 둘러싼 두 사람의 생각엔 접점이 별로 없다.
윤 후보와 안 후보는 난관을 뚫고 '단일화 드라마'를 완성할 수 있을까.
여론조사? 담판?… 윤·안 모두 "방식은 양보 없다"
안 후보는 13일 '여론조사 국민경선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했고, 국민의힘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윤 후보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해 여론조사 방식을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윤 후보는 '단일화' 대신 '야권 통합'이라는 표현을 썼다. 윤 후보는 측근들에게 "보수 지지층이 분열되는 단일화는 안 된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고 한다. 갈등과 후유증이 불가피한 여론조사 방식보다 '담판'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윤 후보는 최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단일화를 한다면, 바깥에 공개하고 진행할 게 아니라 안 후보와 나 사이에서 전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한 바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은 선대본부 회의에서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벌어질 소모적 논쟁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라며 "지금은 통 큰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내심 안 후보의 양보(후보 사퇴)를 원한다.
안 후보는 강경하다. 기자들이 "윤 후보가 여론조사 단일화 제안을 받지 않으면 완주할 생각인가"라고 묻자, 안 후보는 "답은 윤 후보가 해야 하고, 그에 따라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국민의당은 국민의힘이 가장 꺼리는 '역선택 방지 조항이 없는 전 국민 여론조사'를 밀고 있다. 단일화 역선택이란 민주당 지지자들이 단일화 여론조사에 참여해 윤 후보와 안 후보 중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쪽을 택하는 것을 뜻한다.
윤 후보와 안 후보가 결국 접점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야권 관계자는 "양측 모두 상대방이 절대 받을 수 없는 카드부터 내밀고 탐색전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드라인 점점 다가오는데… 무한 기싸움?
변수는 '시간'이다. 윤 후보와 안 후보가 각각 대선후보로 중앙선관위에 등록한 만큼, 정치권에선 대선 투표용지 인쇄일(28일) 직전인 오는 27일을 1차 협상시한으로 꼽는다. 투표용지 인쇄 전에 단일화가 성사되면, 단일후보가 되지 못한 후보 이름 옆에 '사퇴'라고 표기된다. 2차 협상시한은 사전투표일(3월 4, 5일) 전까지다. 3월 9일 본투표일 직전에 단일화가 성사돼도 무방하지만, 단일화 효과는 떨어진다.
'협상 시한'에 대한 양측 셈법도 다르다. 국민의힘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보수층의 사표 방지 심리가 작용, 안 후보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유리한 협상 환경이 만들어질 거라고 본다. 반대로 국민의당은 윤 후보 지지율이 이 후보를 압도하지 못하기 때문에 안 후보의 몸값이 계속 오를 거라고 본다. 양측이 '동상이몽 밀당'을 하다 시간만 허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윤석열표 담판 카드'가 결정적 변수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제시할 '단일화 조건'도 관건이다. 국민의힘에서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과 같은 연립 정부 구상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안 후보에게 내각 인사권, 국정 운영권을 지닌 책임총리를 제안하고, 정권교체 후 연합정부를 구성하는 안이다.
그러나 화학적 결합이 문제다. 양당 사이엔 구원이 적잖이 쌓였다.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양당의 합당 논의는 지분 싸움 때문에 결렬됐다.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느슨한 결합인 '정책 연대'로 뜻을 같이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구체적인 지분을 놓고 다투면 협상 불발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안 후보와 윤 후보의 공약으로 보면 노선 차이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윤 후보 측은 "앞으로 2, 3일 안에 안 후보가 수용할 만한 협상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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