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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물 처벌 강화법 '엉뚱한 불똥'… 누리캅스 모니터링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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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불법촬영물 처벌 강화법 '엉뚱한 불똥'… 누리캅스 모니터링 '올스톱'

입력
2022.02.15 04: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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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 계기 단순 소지·시청 처벌규정 신설
경찰 위촉 민간 감시단 '누리캅스' 활동 중단돼
불법촬영물 신고건수 전년 대비 6% 수준 급락
"단속망 회복할 입법적·정책적 개선 필요" 제언

몰카 금지 경고문. 연합뉴스

몰카 금지 경고문. 연합뉴스

일반 네티즌으로 구성된 '누리캅스'는 경찰의 인터넷 불법유해정보 감시에 상당한 기여를 하는 조직이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의 위촉을 받아 불법촬영물, 유해도박사이트, 스미싱 등을 모니터링해 신고하는데,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전국에서 1,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경찰은 지난해 6월 누리캅스의 불법촬영물 모니터링 활동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14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그 탓에 2019년 4만8,273건, 2020년 5만6,557건에 달했던 누리캅스의 불법촬영물 신고 건수는 전년 대비 6%에 불과한 3,397건으로 뚝 떨어졌다. n번방·박사방 사건을 계기로 불법촬영물 유통에 대한 경각심이 극도로 높아진 상황에서 경찰 감시망은 되레 약화된 셈이다.

경찰이 현실과 동떨어진 단속 중단 결정을 내린 이유는 다름 아닌 개정 성폭력처벌법 때문이었다. 2020년 5월부터 시행된 개정법엔 '불법촬영물을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는데, 누리캅스 회원도 불법촬영 의심 영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영상 유포뿐 아니라 단순 소지나 시청 행위도 단속해 불법촬영을 근절하자는 게 법 개정 취지였지만, 입법 의도와 달리 민간 모니터링 활동이 전면 제한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경찰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국 관계자는 "누리캅스는 경찰관이 아니라 민간인"이라며 "(법 개정으로) 불법촬영물 단속 과정에서 영상을 보기만 해도 죄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중단했다"고 말했다. 불법촬영물 단속 강도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경찰이 자동검색 방식으로 불법촬영물을 단속하고 있지만 한번 차단하더라도 다시 업로드되는 디지털 매체 특성상 민간 협력을 통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모니터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누리캅스 내부에선 불법촬영물 모니터링이 금지되면서 감시 활동 전반이 위축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2018년부터 누리캅스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손태성(42)씨는 "온라인상에 누가 봐도 불법촬영물인 영상이 넘쳐나고 있지만 신고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서울 용산구에서 활동하는 이세원(38)씨는 "이전에도 원치 않는 것들을 봐야 하고 PC나 스마트폰에 검색 기록이 남아 어려움을 느꼈는데, 법적 제약과 우려까지 따르다 보니 하루 1시간씩 수행했던 모니터링 시간을 조금씩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안팎에선 불법촬영물 단속 체제를 회복할 정책적·입법적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성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감은 지난해 12월 한국공안행정학회보에 기고한 논문에서 "민간 모니터링 활동은 사이버상 불법촬영물을 신속히 차단·삭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필요성도 충분히 인정된다"며 "이런 활동에 대해선 시청 행위 처벌규정의 위법성 조각 사유를 보다 폭넓게 인정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당장의 단속 공백을 메울 필요성도 제기된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경찰청 등 불법촬영물 모니터링을 담당해온 기존 공공기관들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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