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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내 나는 의사 이야기로 '대박'… 의사 관두고 웹툰 그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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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내 나는 의사 이야기로 '대박'… 의사 관두고 웹툰 그린 이유

입력
2022.02.16 04:30
수정
2022.02.16 09:5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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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출신 웹툰작가 "편견 깨고 싶었죠"

웹툰 '내과 박원장'. 네이버웹툰 제공

웹툰 '내과 박원장'. 네이버웹툰 제공

“나는 의사가 아니다. 나는 장사꾼이다.”

초짜 개원의 박 원장은 먼저 개원해 큰 성공을 거둔 선배 의사에게 들은 조언대로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 청춘을 다 바쳐 의사가 됐으나 20년이 지난 뒤 그의 신세는 스스로를 장사꾼으로 세뇌시킬 만큼 초라하다. 탈모로 머리가 벗겨지고 성인병에 시달리며 수억 원의 은행 빚을 걱정하면서 파리만 날리고 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내과 박원장’의 주인공이자 동명의 원작 웹툰 주인공인 박 원장의 처지다.

박 원장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나 ‘낭만닥터 김사부’ 같은 드라마에 나오는 매력적인 의사와는 거리가 멀다. ‘짠내’ 나는 낯선 모습의 의사인데도 박 원장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특히 동료 개원의들이 ‘내 얘기’라며 공감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한 웹툰은 매회 독자 평점 9.8점대 이상을 유지할 정도로 독자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14일 드라마가 공개된 이후 웹툰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웹툰을 그린 장봉수(필명) 작가는 실제 개원의 출신이다. 주인공 박 원장의 외모나 개인사 등 다른 점도 많지만 웹툰에 나오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자신이나 주변 의사들의 경험을 재조합해서 썼다. 지난 11일 만난 장 작가는 “원래는 의사만 들어갈 수 있는 커뮤니티 게시판 성격에 맞게 만들어낸 이야기로 외부에 공개할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의도치 않게 퍼지고 공감하는 사람이 늘면서 연재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다는 그는 2010년 바둑 사이트에 ‘바둑광 박부장’을 연재하면서 오랜 꿈을 이뤘다. 바둑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직장인의 애환을 그린 작품으로 바둑 마니아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자신감을 얻었다. ‘내과 박원장’이 정식으로 연재되기 전 드라마 판권이 팔렸고 이에 힘입어 지난해 가을부터는 의사 가운을 벗고 웹툰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는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좋다”며 “주말도 없이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작업해야 하니 힘들기도 하지만 웹툰으로만 먹고살 수 있다면 계속 전업작가로 남고 싶다”고 했다.

‘내과 박원장’에는 다양한 부류의 개원의가 나온다. 성형외과와 피부과로 큰돈을 번 의사,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심야진료까지 하며 과로하다 쓰러지는 의사, 응급처치로 환자를 살렸지만 오히려 상해죄로 고소당하는 의사….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있다. 개원을 하는 순간 의사 역시 자영업자라는 것. 장 작가는 “의료의 세계가 휴머니즘으로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등장인물은 실제 인물을 그대로 쓰진 않았고 여러 사례에서 조금씩 따서 완성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티빙 드라마 내과 박원장. 티빙 제공

티빙 드라마 내과 박원장. 티빙 제공

의료 현장에서 의사들이 받는 막중한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웹툰 속에 등장하는 한 의사는 “마음이 약한 놈들은 스트레스로 나가 떨어지고 냉정하다고 욕 먹는 놈들이 오래 남아서 사람을 살린다”고 말한다. 드라마 속 의사처럼 환자들의 죽음에 매번 고통스러워하다간 스트레스에 억눌려 오래 버틸 수 없다는 뜻이다. 그는 “의사를 꿈꾸는 학생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생명을 직접 다루는 바이탈 과목을 지망하는 의대생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라고 말했다.

장 작가는 ‘내과 박원장’이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나마 줄여주는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다. “아직까지는 의사에 대한 편견이 너무 커요. 의사가 되면 모두 잘살 것이라 생각하죠. 부모들도 자식을 의대로 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요. 하지만 의사들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바이탈 과목은 특성상 소송에 휘말리기 쉽고 그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의사들도 많아요. 뛰어난 재능과 두뇌를 지닌 인재들이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부모의 기대에 따라 의대에 가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40대에 뒤늦게 웹툰에 뛰어든 장 작가는 차기작으로 다시 바둑 만화를 준비 중이다. 이 밖에도 여러 장르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다. “바둑 만화는 ‘내과 박원장’을 끝내는 대로 바로 시작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웹툰 작가로 특별한 목표는 없지만 전업작가로 살 수 있을 정도만 됐으면 좋겠어요. 하다 보니 오래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슬프긴 하지만요.(웃음)”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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