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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피한 신변보호 여성 살해범… "'지속·반복돼야 스토킹' 규정이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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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피한 신변보호 여성 살해범… "'지속·반복돼야 스토킹' 규정이 허점"

입력
2022.02.16 04:00
수정
2022.02.17 12:2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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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 호프집 여주인 살해 50대, 숨진 채 발견
경찰 "이틀 전 영장 신청했지만 검사가 기각"
검찰은 "혐의 소명 부족해 보완수사 요청" 해명
전문가 "스토킹 범죄 성립 요건에 얽매였을 것"

신변보호 대상자였던 A씨가 살해당한 서울 구로구 한 호프집에 폴리스 라인이 처져 있다. 원다라 기자

신변보호 대상자였던 A씨가 살해당한 서울 구로구 한 호프집에 폴리스 라인이 처져 있다. 원다라 기자

서울 구로구 소재 호프집에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40대 여성이 살해됐다. 도주한 피의자 조모(56)씨는 이튿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범행 사흘 전 피해자 신고로 조씨를 체포해 스토킹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혐의 소명이 덜됐다"며 반려한 사실도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스토킹이 강력 범죄로 비화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지만, 수사기관이 지속성·반복성이란 스토킹 범죄 구성요건에 얽매여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스토킹 대상 살해 이튿날 숨진 채 발견

서울 구로경찰서에 따르면 조씨는 15일 오전 10시 52분쯤 구로구 소재 야산에서 숨진 채 경찰에 발견됐다. 조씨는 전날 오후 10시 13분쯤 A씨가 운영하는 구로구 술집에서 흉기를 휘둘러 A씨를 숨지게 하고 함께 있던 남성을 중태에 빠뜨린 혐의를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도주로 방향으로 조씨를 추적하던 중 시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피의자 조씨가 숨지면서 이번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숨진 A씨는 경찰로부터 신변보호를 받고 있었다. A씨는 이달 11일 서울 양천경찰서에 조씨를 폭행 및 특수협박 혐의로 고소해 신변보호 대상이 됐고 비상 신고 도구인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다. A씨는 피살되기 직전 스마트워치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조씨는 그로부터 3분 뒤 출동 경찰이 도착하기 앞서 도주했다.

"구속영장 반려 안 됐다면…"

이번 범행을 앞두고 경찰이 조씨 신병을 확보했다가 풀어줬던 사실이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A씨가 조씨를 고소한 당일, 경찰은 오후 5시쯤 스마트워치 신고를 받고 A씨 가게에서 소란을 피우던 조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조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스토킹, 강간 등 여죄를 의심한 경찰은 다음 날인 12일 오전 조씨에게 스토킹, 폭행 및 특수협박, 강간, 업무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담당 검사는 당일 오후 영장 신청을 반려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일부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해 보완수사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검찰이 스토킹을 포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검찰이 조씨에게 스토킹 혐의를 적용할 만한 요건이 안 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현행법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 행위를 하는 것'을 스토킹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데, A씨의 피해 신고는 11일 하루 동안만 이뤄진 터라 지속적·반복적 행위로 간주되지 않았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토킹처벌법 제정 당시에도 '지속성·반복성' 문구 해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며 "사법부가 스토킹을 개인 간 일로 취급해온 관행이 남아 있다 보니 (법원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검찰도 이번 사안을 소극적으로 해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조씨의 스토킹 행위에 대한 위험성·긴급성을 두고 경찰과 검찰의 판단이 달랐던 것 같다"며 "스토킹은 (법 시행이 얼마 되지 않아) 구속영장 발부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주민들 "전조 있었다"

사고 현장 인근 주민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전조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주민은 "지난 11일 오후 2시쯤 키가 큰 남성과 여성이 언쟁을 벌이는 장면과 해당 호프집에서 두 여성이 도망쳐 나와 좁은 골목으로 숨는 장면을 봤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주민은 "사고가 날 때까지 인근에서 경찰이 순찰하는 모습은 전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응급조치 1, 2호를 적용하고 있었다고 밝혔는데 여기엔 △가해자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이 포함된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현장대응력 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범죄 피해자 보호 대책으로 위험 정도에 따라 △피해자 거주지 침입·배회 시도를 감지할 인공지능 폐쇄회로(CC)TV 설치 △스마트워치 지급 △맞춤형 순찰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했다.

원다라 기자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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