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후행동, 두 번째 헌법소원
"탄소중립기본법 감축 목표 너무 낮아
미래세대 국민의 권리와 자유 빼앗아"
“기후위기를 막지도 못할 법률이 통과되는 동안 또다시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헌법재판소마저 이런 상황을 외면하면 우리의 기본권은 누가 지켜주나요?” (김서경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청소년들이 또다시 헌법재판소에 갔다. 2020년 3월 “정부와 국회가 기후위기 대응을 하지 않아 기본권이 침해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지 2년 만이다. 청소년들은 헌재 결정이 미뤄진 2년 동안 정부ㆍ국회가 기후위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6일 환경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은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소중립기본법’에 추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2년 전 헌법소원 대상이었던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폐지되고 ‘탄소중립기본법’으로 대체된 데 따른 것이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은 2010년에 제정된 기후위기 대응 법안이다.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수준의 원론적인 틀을 담았다. 그러나 기후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없다는 비판을 받아 지난해 9월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되며 폐지됐다. 기후위기 대응을 총괄하는 법안이 탄소중립기본법으로 대체된 것이다.
새 법안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최대 섭씨 1.5도로 제한(3조)”하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7조)”로 삼아 그 중간 목표로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5% 이상 범위에서 감축(8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청소년기후행동은 탄소중립기본법 또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지난해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1.5도 상승을 막기 위해 한국은 앞으로 탄소를 26.8억 톤 이상 배출해서는 안 된다. 이는 1.5도 상승까지 전 세계에 허용된 탄소 배출량(4,200억 톤)을 한국 인구 비율로 나눈 값이다. 그러나 한국의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40%라면, 한국은 2030년에 이미 총 56.21억 톤을 써버린다.
소송을 맡은 이병주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미래세대 국민의 탄소 배출에 대한 권리와 살아갈 수 있는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규정”이라며 “법안이 2030년 NDC만 규정하고 2031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나 이행 방안을 전혀 규정하지 않은 것도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독일 연방기후보호법의 NDC 규정이 지나치게 낮다는 이유로 일부 위헌 판정을 내렸다. 청소년기후행동은 한국 헌재 역시 위헌 결정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헌 결정이 나온 뒤 독일 정부는 2030년과 2040년 NDC를 1990년 대비 각각 65%, 88% 줄이기로 확정했다. 기존 기후보호법의 2030 NDC는 1990년 대비 55%였다.
윤세종 변호사는 “지난 2년간 정부ㆍ국회가 내놓은 개선안은 기존 법률의 위헌성을 해소하지 못했고 현재 대선 국면에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헌재가 입법과 정책 논의의 방향을 설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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