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동하계 휴가 요구
중노위 조정중지에 파업 등 쟁의권 확보한 노조
"최고경영진 대화 없을 경우 파업까지 나설 것"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임금협상을 두고 최고경영진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만약 회사 측에서 교섭에 성실하게 나서지 않을 경우 파업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파업을 최종 결정할 경우 삼성전자가 설립된 1963년 이후 첫 파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전국삼성전자노조 등 삼성전자 내 4개 노조가 결성한 공동교섭단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파업이 마지막 길이라면 파업할 생각...그룹 내 노조와 연대 대응"
이현국 전국삼성전자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최고경영진과 노동자 대표가 전격적으로 만나 논의하고 결정하자"면서 "만약 우리의 대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전국에 있는 모든 삼성그룹사 노조들이 총연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력히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대화 상대로 직접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내정) 사장을 비롯해 삼성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까지 지목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우리도 반도체 라인을 세우는 것은 원치 않는다"면서도 "파업이 마지막 길이라고 한다면 파업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간 2021년도 임금교섭을 15회에 걸쳐 진행했지만 끝내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노조는 연봉 1,000만 원 일괄 인상과 매년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포괄임금제 폐지, 동·하계 휴가 지급 등을 요구했지만 회사 측에선 임직원 대표로 구성된 노사협의회가 정한 기존 임금인상분(최대 7.5%) 이외의 추가 인상은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이에 노조는 지난 4일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접수했다. 노사는 2차례 조정회의를 가졌지만 의견차이만 확인했다. 중노위는 이와 관련, 14일 오후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고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삼성전자 전체 노조원 수는 약 5,000명으로 전체 임직원 11만 명의 4% 수준이다. 이에 실제 파업에 돌입한다 하더라도 피해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노조는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파업에 나설 경우 삼성그룹 내 노조들과 연대해 움직이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사측 "2022년 임금협상해야 할 시점인데..." 당혹
회사 측은 "지속적으로 노조와 대화를 통해 교섭을 마무리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회계연도는 당해 3월부터 시작해 다음해 2월에 끝난다. 2022년 임금협상을 해야 하는 시기에 아직까지 2021년 임금협상을 두고 노조와 갈등만 빚고 있는 처지다. 지금에서야 노조가 주장한 임금인상을 단행할 경우 이미 마무리된 회계상 비용 등을 수정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삼성의 임금협상 구조상 노조 리스크는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그동안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관계사들은 사측인 사용자 위원과 직원을 대표하는 근로자 위원이 참여한 노사협의회에서 근로조건을 협의해왔다. 근로자 위원이 노조의 역할을 대신 해온 것이다.
하지만 2020년 이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노조가 본격 활동을 벌이면서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노조는 노사협의회에서 도출안 임금협상 결과와 별개로 별도의 임금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노사협의회 역시 회사 측에 보다 적극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노사협의회 근로자 측은 2022년 임금협상을 앞두고 지난해 인상률의 2배인 기본인상률 15.72% 이외에 고정시간외 수당 및 임금피크제 개편, 성과인상률 체계 투명화, 하계휴가 도입 등을 회사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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