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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이 웬말인가요" 20대 '보통 남성들'의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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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이 웬말인가요" 20대 '보통 남성들'의 반발

입력
2022.02.20 15:30
수정
2022.02.22 15:5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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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차별에 반대하는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
20대 남성 중심... 지난달 SNS 통해 단체 구성
"페미니즘 지지… 이대남, 20대 남성 잘못 대표"

2030 남성들로 구성된 단체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에서 열린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에서 여성혐오 중단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뉴시스

2030 남성들로 구성된 단체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에서 열린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에서 여성혐오 중단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뉴시스

"우리는 '이대남(20대 남성)'이 아니란 말입니까."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성 혐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목소리가 커지자, 이에 반대하는 젊은 남성들이 현수막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2030 남성들로 구성된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은 '이대남'은 있어선 안 될 차별적 표현이라고 주장하며, 혐오와 차별로 얼룩진 퇴행적인 정치 문화를 바로잡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관련기사: "'이대남' '페미' 갈라치는 혐오의 대선 그만두라"… 행동 나서는 여성단체들)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은 정치권과 언론에서 이대남에 주목하자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하나둘씩 모여 결성된 자발적 단체다. 불꽃페미액션 이가현 활동가가 지난달 "'페미니스트 이대남'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활동하고 싶은 사람이 있냐"고 제안하자, 뜻을 같이하는 15명이 활동가로 참여했다. 이들은 남성 페미니스트 대표자도 아니고 20대 남성 대표자도 아닌 평범한 대학생과 직장인, 취업준비생 등이다. 14일 한국일보에서 만난 김연웅(27), 이한(31), 정재현(26)씨도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에서 활동하는 평범한 2030이다.

이들은 지난 9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정치와 언론이 혐오와 차별을 확대 재생산한다며, 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김연웅씨는 "세상이 페미니즘을 공격하고 여성을 차별하고 혐오해 목소리를 안 낼 수가 없었다"며 "정치권에서 자꾸 이대남을 호명하니 우리가 직접 나서서 20대 남성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대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개인마다 성향이 다른데, 반페미니즘 성향을 지닌 일부가 20대 남성의 정체성인 것처럼 잘못 대표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재현씨는 "나는 페미니즘을 지지하는데, 그렇다면 나는 20대 남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페미니즘을 지지하지 않아도 여성을 혐오하지 않는 남성도 많은데, 그런 의견은 전혀 없는 것처럼 알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한씨도 "페미니즘 용어에 반대한다는 사실만으로 이대남은 이렇고 이대녀는 저렇다고 정의하는 것 자체가 정치권이 계속해 왔던 갈라치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다만 정씨는 22일 본보에 "페미니즘을 지지 하지 않으면서 여성 혐오도 하지 않는 걸 자신의 입장으로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는 건 맞지만, 이러한 입장에 동의하거나 정당성을 부여하는 건 아니다"라고 밝혀왔다.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에서 활동하는 (왼쪽부터) 정재현(26), 김연웅(27), 이한(31)씨가 14일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에서 활동하는 (왼쪽부터) 정재현(26), 김연웅(27), 이한(31)씨가 14일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이들은 특히 "남성을 위하고 남성의 마음을 얻겠다는 정치가 왜 약자를 외면하는 방식으로 가는가"라며 "이 세상에 '이대남'으로만 존재하는 사람은 없다. 정치권과 미디어는 혐오를 부추기지 말고 성평등을 위한 진지한 고민과 구체적인 정책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은 이대남이란 표현이 남발되면서 청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희석된다고도 지적했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성별 경쟁과 갈등을 유발하는 데 집중하면서, 차별과 혐오에서 벗어나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는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교육과 사회, 부동산과 경제 분야에서 청년 정책을 논의할 때, 구조적 모순을 해소하고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정책을 내는 게 아니라, 페미니즘을 비판하고 여성을 괴롭히려는 정책만 양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씨도 "청년 남성이 원하는, 더 나아가 모든 청년이 원하는 정책에 대해 정치권에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은 대선 때까지 지속적으로 차별 반대에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이달 말에는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청년들이 어떤 정책과 공약을 지지하는지 기자회견을 통해 알릴 계획이다. 이들은 "'이대남'이라는 잘못된 '네이밍'이 개개인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연대하는 세상이 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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