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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 들리고…못 버티겠다" 임용 한 달 새내기 공무원 극단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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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 들리고…못 버티겠다" 임용 한 달 새내기 공무원 극단적 선택

입력
2022.02.16 17:29
수정
2022.02.1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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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도 코로나 역학조사 지원 업무


전북지방경찰청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북지방경찰청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 달된 새내기 공무원이 “업무 때문에 힘들다”는 메모 형식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해 충격을 주고 있다. 전북 전주시 농업관련 부서에 근무하던 이 직원은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에 쉬지 못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역학조사 지원업무에 나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전주시와 경찰에 따르면 전주시 9급 시보 공무원인 A(27)씨는 전날 오전 7시30분쯤 전주시 덕진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출근 시간이 다 됐는데도 일어나지 않자 방에 들어간 어머니에 의해 목격됐다.

A씨 휴대전화에는 “엄마, 아빠, 동생아 미안해 나 진짜 못 버티겠어. 온종일 업무 생각 때문에 미칠 것 같아. 직장 그만두는 것보다 그냥 혼자 이렇게 하는 게 마음이 더 편할 것 같다”고 적혀 있었다. 또 “귀에서 이명이 들리고 속도 쓰리고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며 “공무원 됐다고 좋아했는데 미안해. 나도 이렇게 힘들 줄 몰랐네”라고도 썼다.

지난달 12일부터 출근한 A씨는 정식 임용 전 시보 공무원이었으며 농업정책관련부서에 근무했다. 시보는 임용 전에 공직자 적격성과 자질을 검증받기 위해 일정 기간 근무하는 공무원 신분을 말한다.

유족들은 “이제 막 발령받아서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애가 밤 11시, 12시까지 야근을 하고 주말에 쉬지도 못했다”며 “(임용 이후) 죽는 날까지 하루도 못 쉬고 일을 한 것 같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전주시 관계자는 “보건소 인력만 가지고는 코로나19 선별검사 등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시청 내 전 조직이 돌아가면서 지원에 나서고 있다. 고인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역학조사업무 지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다른 과는 일주일씩 돌아가면서 코로나 지원에 나서는데 고인이 근무하던 과는일이 바빠 이틀만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담당 부서장과 팀장을 불러 조사했는데, 고인의 업무가 9급 신규자가 해 왔던 일이어서 별다른 내색이 없었다고 들었다”며 “유족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필요한 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수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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