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산업재해 중 50세 이상이 59.3%
경비·미화 등 사회간접서비스 종사 많아
저임금 받으며 2교대 근무 등 혹사 직면
간접고용 형태라 환경 개선 요구 어려워
19년 동안 백화점·대학 등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했던 김모(72)씨는 2017년 3월 걸레질을 하던 도중 1m 높이에서 떨어져 허리가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다. 전치 3개월 진단과 함께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지만, 김씨는 해고당할지 모른다는 걱정에 두 달 만에 퇴원하고 말았다.
일터로 돌아간 김씨는 그러나 전처럼 일하지 못했다. 3,300㎡(1,000평) 규모 건물을 9명이 나눠 청소하는 자리였는데, 아픈 몸으로 앉았다 쪼그렸다를 반복해야 하는 업무를 감당하긴 무리였다. 2020년 12월 퇴직 후 김씨는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산업재해 59.3%가 고령근로자
산업재해를 입는 근로자 가운데 고령 근로자 비율이 해마다 늘어 6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 기능은 떨어져 가는데 주어지는 일자리의 근로 여건은 열악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노동시장에서 고령자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들을 배려한 근로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분석 현황에 따르면 전체 산업재해 피해자 중 50세 이상 비율은 2018년 58.6%(5만9,968명)에서 2019년 58.9%(6만4,350명), 2020년 59.3%(6만4,260명)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근로자에 대해선 50~55세를 준고령자, 55세 이상을 고령자로 분류한다.
이 같은 현실은 나이 든 근로자 상당수가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일례로 경비·환경미화 업무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사회간접자본 및 기타 서비스업은 종사자의 74.2%가 55세 이상 고령근로자다. 이들 업종은 인건비 지출을 줄이기 위한 변칙적 교대근무나 비효율적인 야간근로가 잦다. 남우근 한국비정규센터 정책위원은 "고령근로자가 근무하는 아파트 경비의 경우 격일제 근무에 무급 휴게시간이 길어 이틀에 한 번씩 24시간 사업장에 체류한다"며 "육체적 부담이 크고 과로사 등 산업재해를 당할 위험이 높다"고 진단했다.
'간접고용' 탓 근로조건 개선 더뎌
고령근로자의 고용 형태도 산업재해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용역업체에 소속된 간접고용 형태로 근로 계약이 체결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근로자가 스스로의 권익을 보호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청소노동자의 경우 그나마 고용 인원이 많다는 대학이 10명 내외에 불과할 만큼 소규모 사업장이 많다"며 "고용이 보장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노조를 만들어 근로환경과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령근로자가 노동시장에서 담당하는 역할이 커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이들의 특성을 고려한 작업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55세 이상 고령취업자는 2010년 전체 취업자의 31.3%(752만8,000명)를 차지했다가 2020년엔 42.5%(1,143만2,000명)로 10년 새 비중이 11.2%포인트, 인원수로는 400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령근로자를 저임금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일정 부분 사용업체 및 용역업체에 부과할 필요가 있다"며 "휴게공간과 짧고 반복적인 휴게시간을 보장하고, 고령자를 배려한 작업지침서와 안전보건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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