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부 대변인 "휴가 계획 잡게 침공일 알려달라" 조롱
크림반도 병력 철수 영상 공개 이어 4주 내 철수 주장
나토 "러시아 예고 없이 우크라 침공 능력 있어" 경계
미국이 예측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일(16일)에 정작 러시아 측은 “침공일을 알려달라”며 조롱 섞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훈련 중인 러시아군이 앞으로 4주 뒤에 철수할 예정이라고 재차 철군을 주장했다.
16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블룸버그, 뉴욕타임스, 더선 등에 앞으로 있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일정을 공개해줄 것을 부탁한다”며 “휴가 계획을 잡고 싶다”고 올렸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16일 우크라이나 침공설’에 관한 서방 언론 보도가 실현되지 않은 데 대한 질문을 받고 “서방의 히스테리는 아직 절정에 이르지 않은 것 같다”며 “우리가 인내를 가져야 할 것 같다”고 비꼬았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언론들은 지난 11일 “러시아가 16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에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이 없다”며 이 같은 보도를 반박해왔다.
러시아군은 미국이 예측한 침공일 전날인 15일 크림반도에서 병력을 철수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미국 측 주장을 뒤집었다. 또 우크라이나에 접경한 러시아 서부 지역에 배치된 군 부대들도 앞으로 4주 내에 원주둔지로 철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크라이나 주변에 배치된 러시아 병력은 약 15만 명에 달한다.
유리 필라토프 아일랜드 주재 러시아 대사는 16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마 3~4주 뒤에 러시아 서부 지역에 배치된 군대들이 일상적인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ㆍ벨라루스 연합 훈련과 관련 “우리는 벨라루스군과 정례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오는 20일 훈련이 종료되면 이후 군대들은 철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잇단 긴장 완화 발언에도 미국 등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철수를 아직 검증하지 못했다”고 밝힌 데 이어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사무총장도 16일 “러시아군이 진짜로 철수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러시아가 아무 예고 없이 우크라이나를 본격 침공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에 우리는 앉아서 논의할 준비가 됐다는 매우 명확한 메시지를 계속 보낼 것”이라면서도 “동시에 최악의 상황에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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