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예바에 '기술 해설'만 한 김해진 MBC 해설위원
"경기 고득점 자체는 맞지만... 편히 잠들 수 있을까"
김예림·유영엔 "최선의 경기 펼쳐" 극찬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종목의 MBC 중계 해설을 맡은 김해진 해설위원은 16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금지 약물 복용이 적발된 러시아의 카밀라 발리예바 선수를 향해 "결국 죄책감에서 자유로워지긴 어렵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발리예바는 15일 진행된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쇼트프로그램 경기에서 82.16점을 얻어 1위를 기록했지만 올림픽 현장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발리예바가 최종적으로 메달이 박탈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쇼트 상위 24명만 진출 가능한 프리스케이팅에 25명을 진출시켰으며, 발리예바가 메달권에 입상할 경우에는 시상식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러시아 선수단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은 해설을 많이 하지 않으면서 도핑 양성 판정을 받은 선수의 출전에 의문을 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미국의 올림픽 주관방송사인 NBC의 중계진을 비롯해 국내 KBS와 SBS의 해설진도 발리예바의 경기에서는 침묵을 지켰다. MBC는 최소한의 기술 해설만 진행했다.
김 위원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정말 발리예바 선수가 할 때 어떤 해설도 하고 싶지 않았다"면서도 "해설위원으로서 기술 설명하기 위에 이 자리에 있기 때문에 (프리프로그램 경기에서도) 쇼트프로그램과 동일하게 최소한 기술만 얘기할 예정이고, 어떠한 평가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발리예바는 자국 대회 도핑검사에서 약물이 검출됐지만 올림픽 기간에 한 검사는 통과가 됐기 때문에 출전 금지는 어렵다는 스포츠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싱글 경기에 나서게 됐다. 김 위원은 "발리예바 선수가 복용한 트리메타지딘이란 약물은 경기 중뿐만 아니라 경기 기간이 아닌 시기에도 복용을 금지하고 있는 약물"이라면서 "경기 기간에 도핑을 통과를 했단 이유로 선수를 출전시킨 부분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발리예바,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김 위원은 쇼트 경기에서 기술적인 면에서 발리예바의 고득점 자체는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쇼트프로그램에서 트리플 악셀 점프 착지에 실수가 있었지만, 점프 자체가 회전수 부족 없이 클린한 상태에서 넘어짐이 나올 경우에는 더블악셀보다 점수가 높다"고 설명했다. 또 "후반부에 트리플 트리플 고난도 점프를 배치해서 전반적인 구성점수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실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점수가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어 "과연 이렇게까지 해서 얻어 낸 결과로 선수는 편하게 잠들 수 있을까. 결국 죄책감에서 자유로워지긴 어렵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국가대표 선수들은 모두 어렸을 때부터 도핑 관련된 이야기를 듣는다. 특히 상위 선수들이라면 상시 언제든 도핑기관이 원하면 도핑검사에 응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 "발리예바 선수가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포츠 정신이 가장 존중받아야 할 올림픽에서 정직하게 땀과 눈물을 흘려가면서 이 자리에 온 선수들 명예까지 같이 훼손된 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안 좋다"고 밝혔다.
한편 김 위원은 같은 종목에서 쇼트 6위와 9위에 오른 한국 국가대표 유영·김예림을 향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큰 실수가 없었고 이미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경기를 펼쳤다"면서 "유영 선수 같은 경우 한국선수 최초로 트리플악셀 점프를 올림픽에서 랜딩을 해냈다"고 말했다. 프리스케이팅 경기는 17일 오후 7시부터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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