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발 전쟁위기 긴장 진실공방
美 "러 병력 철수 증거 없어...전투 지점 이동"
부통령, 국무·국방장관 유럽 총출동 외교전
“병력을 철수했다던 러시아군은 오히려 7,000명을 추가 배치했다.”(미국)
“(친러시아계) 반군이 장악한 루간스크 지역에 우크라이나군이 포 공격을 가했다.”(러시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신경전이 팽팽하다. 러시아는 철군을 주장했지만 미국은 믿을 수 없다며 반박했다. 러시아가 철군 위장 후 기습 침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 진실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군이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통제하는 동부 루간스크주에 공격을 감행했다는 러시아 언론 보도가 나오고,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이를 즉각 부인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외교 협상 국면으로 전환하면서도 여전히 전쟁 위기가 가시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접경지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시켰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침공 빌미를 만들기 위해 역정보를 흘린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따라 병력을 7,000명 정도 늘렸다”고 확인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아직 러시아가 긴장 완화 조치를 취했다는 증거를 보지 못했다”며 “오히려 반대로 러시아군은 전투 지점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러시아의 병력이 우크라이나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왔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15일 크림반도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했다며 철군 영상도 공개했다. 하지만 미국은 병력 철수 대신 증강이 이뤄졌다며 러시아를 압박했다.
미 CNN은 우크라이나 정보당국 보고서를 인용,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배치된 러시아군 규모가 14만8,000명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평소 53개이던 러시아 대대전술단(BTG)이 현재 87개로 늘어났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의 ‘가짜 깃발 작전(false flag operation)’ 가능성도 거론했다. 이 작전은 마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받은 것처럼 꾸며 침공 구실을 만들 수 있다는 경계심에서 언급됐다.
실제로 러시아 언론이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 포격 상황을 보도하고 이에 대응하는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러시아의 가짜 깃발 작전이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에스토니아 정보 당국도 러시아가 미사일 폭격으로 우크라이나의 주요 지역을 점령하는 제한적인 군사 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군사 훈련은 수주에 걸쳐 꾸려진 것으로, 하루 만에 철수시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고 시간이 걸린다”(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고 반박했다.
미국은 외교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토니 블링건 국무장관은 18일부터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 참석차 현지를 직접 방문한다. CNN은 해리스 부통령이 유럽 방문 기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동유럽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변함 없는 지지를 강조하는 차원이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도 19일 회의를 갖고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는 러시아의 위협이 유럽에는 ‘뉴 노멀’이 될 것으로 보면서 동유럽 루마니아, 불가리아에 나토 신규 전투단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와중에 미 연방수사국(FBI), 국가안보국(NSA) 등은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해커들이 지난 2년간 미국 방산업체, 국방ㆍ정보프로그램 담당 기업을 해킹해 정보를 빼갔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를 전방위에서 압박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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