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선거전 나흘째 민주당 점퍼 착용
"호남은 민주당의 뿌리" 지지층 결집
목포에서 'DJ 상징' 인동초 선물받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8일 절박함을 안고 텃밭인 호남행 열차에 올랐다. 지난 15일 공식 선거운동이 개시된 후 처음으로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점퍼'도 챙겼다. 양강구도를 이루고 있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보이자, 이에 휩쓸리지 않도록 민주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밝히면서 텃밭 사수에 나선 것이다. 초박빙 승부에서 승리하려면 호남에서 90% 안팎의 압도적 지지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DJ·노무현 언급하며 '정치보복' 프레임 공세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첫 유세지인 전남 순천에 파란색 민주당 점퍼를 입고 등장했다.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 후 부산·울산·경남(PK), 서울 등을 돌면서 양복이나 코트 차림이었던 것과 대비됐다. 대선의 최대변수로 꼽히는 중도·무당층 공략을 위해 의도적으로 민주당색을 지우고 '인물'을 앞세웠다면, 호남에서는 당색을 전면에 내세우며 전통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호남이 배출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윤 후보의 '무능'을 비판했다. 그는 "IMF 위기가 왔을 때 김대중 대통령은 준비된 대통령이었고, '대중경제론'을 쓸 만큼 경제에 박식했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통찰력이 있어 위기를 신속히 극복했다"며 "평생 핍박당하고 고통받으면서도 (상대를) 보복하지 않았다. 보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고 힘줘 말했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호남 민심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현 정권 적폐수사'를 공언한 윤 후보를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나주 유세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정치 보복' 프레임을 강화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께서 정치 보복으로 극단적 상황에 맞닥뜨렸지 않나"라며 "김대중 대통령은 장례식에서 '내 몸의 절반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왕국의 왕이 돼 정치 보복을 하겠다고 대놓고 선전포고를 하는 사람이 있다"며 "국민 여러분이 이런 사람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민주당 텃밭의 '윤석열 상승세'에 긴장
이 후보는 유세 내내 호남이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이자 뿌리임을 강조했다. 순천 유세에서는 "호남은 민주당의 뿌리이고 대한민국 변화·혁신·진보 개혁의 중심"이라고 했고, 목포 유세에서는 "호남인들은 위대하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만들어냈고, 군사 독재를 이겨냈다"고 했다. 그는 찬조 연설에 나선 목포 시민으로부터 '인동초' 화분을 선물 받기도 했다. 인동초는 시련을 이겨내고 대통령에 당선된 김 전 대통령의 별명이다.
이 후보가 호남을 한껏 치켜세운 것은 호남 민심이 '이재명 지지'로 확고히 결집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선 이 후보가 박빙 상황에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로 이전 대선에 비해 뜨뜻미지근한 호남 지지율을 꼽고 있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15~17일 실시) 여론조사 결과,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68%로 지난주(69%)에 비해 1%포인트 하락했다. 윤 후보가 18%로 지난주(6%) 대비 12%포인트 급증한 것과 상반된다. 이 후보 지지율이 낮은 수치는 아니지만 호남에서 윤 후보의 상승세에 다소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민주당 선대위에선 막상 투표일이 가까이 오면 이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것이라 기대한다. 다만 윤 후보의 '광주 복합쇼핑몰 건설' 공약 등이 호남의 2030세대를 중심으로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긴장을 풀지 않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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