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일 3각 공조의 약한 고리인 한일관계의 ‘틈’을 파고들고 있다. 미국이 최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주도하며 북한ㆍ중국ㆍ러시아와 대립각을 키우자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발단은 일본 정부가 검토 중인 ‘적기지 공격 능력’이다. 북중의 공격 가능성을 빌미로 군사행동 운을 띄운 일본에 맞서 남측을 끌어들여 3국 공동 대응의 균열을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8일 “우리(북한)의 자위적 국방력 강화 조치들이 취해질 때마다 병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섬나라 족속들 작태가 실로 가소롭기 그지없다”며 “미사일 발사를 위협으로 걸고 들면서 적기지 공격 능력을 포함한 모든 선택 방안을 배제하지 않겠다느니 하며 악을 써댔다”고 주장했다. 매체가 언급한 적기지 공격 능력은 일종의 선제 타격론이다. 북중의 무력공격 가능성이 커진 만큼 유사시 상대의 미사일 기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방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북한의 비난은 겉으론 일본의 선제 공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한미일 공조체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악화한 한일관계의 틈새를 더욱 벌리려는 성격이 짙다. 실제 매체는 “(일본이) 미국 상전과 각종 회담을 연이어 벌여놓고 남조선 당국에도 저들과 보조를 같이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압박했다”고 했다. 이어 “오죽하면 남조선 보수 언론들까지도 일본의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대해 불안과 우려를 털어놓았다”면서 남측의 반발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미일이 10, 12일 연이어 북핵수석대표와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규탄하자, 일본의 적기지 공격 능력을 남측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소재로 삼은 것이다. 정대진 한평정책연구소 평화센터장은 “대립 중인 한일관계를 통해 한미일 공조가 정당성이 없다는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한 외교 선전전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한미일을 견제하는 다른 축은 중국과의 밀착 강화다. 노동신문은 이날 주중북한대사관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광명성절) 80주년을 경축하는 행사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지방쉬안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북한이) 국제무대에서 우리를 지지 성원하고 있는 것에 대해 사의를 표한다”며 변함없는 우의를 강조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미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축전을 보내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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