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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은행 '비밀 고객' 3만여 명 명단 나왔다... "1000억 달러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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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은행 '비밀 고객' 3만여 명 명단 나왔다... "1000억 달러 규모"

입력
2022.02.21 18:18
수정
2022.02.21 18:2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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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SDZ 등 전 세계 46개 매체 일제히 보도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 가족 등 비밀계좌 폭로
은행 "부정확한 정보 기반... 관행 달랐던 시절" 변명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 본사 앞에 스위스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20일 세계 46개 매체는 크레디트 스위스에 있는 3만여 명의 비밀 계좌에서 1,000억 달러 규모 자금이 운용됐다고 보도했다. 취리히=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 본사 앞에 스위스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20일 세계 46개 매체는 크레디트 스위스에 있는 3만여 명의 비밀 계좌에서 1,000억 달러 규모 자금이 운용됐다고 보도했다. 취리히=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독재자와 마약왕, 범죄자를 위한 은행”

영국 일간 가디언

스위스 대형 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CS)’의 비밀 고객 명단이 대거 폭로됐다. 지난 수십 년간 전범 등 범죄자는 물론 세계 각국의 고위 정치인, 종교인을 포함해 3만여 명(단체 포함)이 CS에 비밀 계좌를 만들고, 지금까지 1,000억 달러(약 120조 원)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CS가 범죄 수익금, 부패 정부 비자금 등의 도피처였던 셈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SDZ) 등 세계 46개 매체가 참여한 ‘조직범죄ㆍ부패 보도 프로젝트(OCCRP)’는 20일(현지시간) ‘CS 비밀 고객’ 분석 결과를 일제히 전했다. 이들 언론은 익명의 CS 내부 고발자가 지난해 SDZ에 제공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은행의 전현 비밀고객 가운데 인신매매범, 전범 등 범죄자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국가수반과 장관, 정보기관장, 유력 정치인, 주교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비밀 고객의 국적은 주로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남아메리카였고 관련 계좌의 1% 정도만 서유럽 고객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유출된 자료는 스위스 주요 은행에서 유출된 자료 중 역대 최대 규모라고 OCCRP는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세계 각국 거물급 인사가 CS에 계좌를 소유했거나 현재도 보유 중이다. ‘아랍의 봄’으로 축출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두 아들, 알라 무바라크와 가말 무바라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난 2003년 6개 계좌에 걸쳐 1억9,600만 달러를 CS에 예치했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도 6개 계좌를 통해 2억2,400만 달러를 숨겨 놓았다. 이 외에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 부부의 돈세탁을 해 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변호사와 파키스탄 정보국 수장의 아들들,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베네수엘라 관리들 등이 CS 비밀 계좌 보유자로 이름을 올렸다.

보도가 나간 직후 CS는 성명을 통해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보도라고 반박했다. CS는 “보도된 계좌 중 일부는 194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등 금융기관의 법률 및 관행이 현재와 매우 달랐던 시기에 만들어졌다”며 “인용된 계좌 60%가 2015년 이전에 폐쇄되는 등 전체 90%가 이미 폐쇄됐다”고 주장했다. 비밀 계좌의 예치금이 범죄 수익금이나 부패 정부의 비자금일 가능성 등을 지적하는 언론들의 보도에 대해서는 “분석해보겠다”고만 밝혔다.

은행의 반박은 뭇매를 불렀다. 가디언은 많은 계좌들이 지난 10년 동안 사용 가능한 상태였고 일부는 지금도 거래가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프랑스 르몽드는 “CS가 수십 년 동안 범죄 및 부패와 관련된 자금을 운용하면서 국제 은행 규정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자료를 최초 입수한 SDZ는 “CS가 오래전부터 자사 이용자 중 범죄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이를 함구했다는 사실이 이번 자료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자료를 유출한 CS 내부 고발자까지 나서 “스위스의 은행 비밀보호법은 은행들이 탈세자와 협력하는 부끄러운 일을 은폐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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