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서 대법관 실명과 아파트 주소 언급
김씨 측 "2014년부터 줄곧 가족 거주" 불구
검찰, 현장 탐문 "김씨 주장 진위 확인 필요"
김씨, 녹취록서 대법관 언급 5개월 뒤 전입
대법관 "김씨를 사적으로 만나본 적도 없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정영학 녹취록'에서 ‘그분’으로 등장하는 A대법관의 자녀에게 거주지를 마련해줬다고 밝히면서 구체적인 주소까지 언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A대법관의 자녀가 김씨가 언급한 주소지에 실제로 머물렀던 적이 있는지 살펴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A대법관과 관련한 뚜렷한 혐의는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만배 "수원 ○○○호, 여기는 ○○○대법관님 따님이 살아"
한국일보가 21일 추가 입수한 2021년 2월 4일 김씨와 정영학 회계사의 대화 녹취록을 보면, 두 사람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식당에서 만나 A대법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김씨는 “그러니까 영학아, 그게 안전해"라며 "수원 ○○(..) ○○○호, 여기는 ○○○대법관님 따님이 살아. 대법원 도와줄 수 있어"라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너한테는 얘기한다"며 정 회계사에게 비밀을 털어놓듯이 얘기했다. 정 회계사가 “예. 그다음에”라고 답하자, 김씨는 “여기 (A대법관) 따님이 살아. (..)”라며, A대법관 딸을 자신의 아파트에 살게 해준 것처럼 말했다.
김만배씨가 녹취록에서 언급한 '수원 ○○○호'는 김씨 가족이 2014년부터 소유한 173.48㎡(52평) 규모의 수원 장안구 소재 아파트로, 현재 김씨의 거주지로 등록된 곳이다. 녹취록을 보면, 김씨는 A대법관 실명을 '그분'이란 말이 나오기 직전에 이미 언급했다. A대법관 실명을 먼저 언급한 터라, 이후엔 '그분'이란 대명사를 사용했다.
실제로 김씨는 이후 "저분은 재판에서 처장을 했었고, 처장이 재판부에 넣는 게 없거든, 그분이 다 해서 내가 원래 50억을 만들어서 빌라를 사드리겠습니다. 아무도 모르지. 그래서 그분 따님이 살어. 응? 계속 그렇게 되는 거지. 형이 사는 걸로 하고"라고 말했다.
2014년 명의 등록된 김만배 아파트, 2021년 7월에야 전입신고
한국일보가 최근 녹취록에서 언급된 수원 아파트를 찾아가 보니, 김씨 가족이 살고 있었다. 김씨 측은 “2014년부터 현재까지 이곳에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해당 아파트는 2014년부터 김씨 가족 명의로 돼 있었다. 김씨는 2013년 8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수원의 다른 곳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으며, 2021년 7월 14일 이 아파트로 전입 신고를 했다.
검찰은 김씨가 수원 아파트에 A대법관 딸이 거주한다고 언급(2021년 2월 4일 녹취록)한 이후에, 전입 신고를 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씨가 지난해 7월 전입 신고를 하기 전에 해당 아파트를 제3의 인물이 이용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 2021년 2월 A대법관 딸 김씨 아파트 거주 여부 파악
검찰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수원 아파트로 수사관들을 보내, 관리사무소와 주민들을 상대로 실제 거주자를 탐문하기도 했다. 정 회계사와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을 불러 A대법관 딸이 수원 아파트에 거주한 적이 있는지도 조사했다.
그간 A대법관 딸이 거주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곳은 천화동인 1호가 2019년 10월 62억 원에 매입한 성남시의 고급 타운하우스였다. 실소유주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경찰은 지난해 10월 타운하우스와 관리사무소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검찰은 녹취록 속 김씨의 발언이 매우 구체적이라 진위 확인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A대법관이 연루됐다는 구체적인 정황은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고위 간부를 지낸 한 변호사는 "'그분'과 관련한 의혹이 다방면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김씨의 발언이 허풍인지 실체가 있는지 검찰에서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대법관은 김만배씨의 수원 아파트에 딸이 거주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30년 가까이 살았다. 김씨를 사적으로 만나 본 일도 없다”고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