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어리다는 이유로 백신도 못 맞고, 코로나에 걸리면 집중관리군이 되지도 못해요. 어린애들은 감기만 걸려도 상태가 순식간에 악화되는데, 무슨 대책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나요."
박은미(34)씨는 최근 6개월 된 딸 아이가 발열 증세를 보이자 덜컥 겁이 났다. 병원에 갔더니 열이 난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자가검사키트로 음성이 나왔다 해도 그랬다. 최근 7개월짜리 영아가 숨진 사건도 충격적이었다. 자신의 아이도 만일 코로나로 인한 발열이었다면 어땠을까 싶어 아찔했다.
백신 없는 11세 이하 소아 확진자 급증
백신 미접종군인 소아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확진자가 계속적으로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고, 특히 미접종자인 11세 이하 쪽에서의 발생률이 높은 상황을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11세 이하 확진자는 2월 3주차 9만4,596명으로 한 달 전인 1월 3주차(5,840명)에 비해 16배 넘게 늘었다. 인구 10만 명당 일평균 발생률도 286.9명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다. 0~6세 확진자의 증가율도 가파르다. 2월 3주차 일평균 발생률은 265.2명으로 전주(118.5명) 대비 2배 이상 늘었는데, 이는 모든 연령군이 1.6배 정도 증가한 것에 비해 급증한 것이다.
백신도 없는데 치료는 알아서 해야... 걱정 산더미
이들 연령대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백신 접종은 '12세 이상'부터 가능하다. 11세 이하 소아 백신 접종에 대해 권근용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관리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외 정책 동향, 연구 결과,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검토 중"이란 말만 반복했다.
백신도 못 맞을뿐더러 관리도 못 받는다. 11세 이하 확진자는 '일반관리군'으로 분류된다. 재택치료를 한다 해도 아무래도 이들은 자신들의 몸상태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나이다. 상태가 악화돼 입원을 하려 해도 '소아 우선 병상'은 수도권 기준 496병상으로 극소수다. 집중관리군을 '60세 이상'으로 일률적으로 자르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소아과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최근 경기 수원시에서 발생한 7개월 된 영아 사망 사고 역시 수원 지역 응급실 입원이 어려워 17㎞ 떨어진 안산 대학병원으로 이동하던 중 벌어진 일이다. 당국은 '병상'이 아니라 '소아과 의료진'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 설명했다.
7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모(35)씨는 "애들은 코로나라 해도 감기처럼 앓고 지나간다고 했는데, 영아 사망 사례를 보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며 "아이들 걸리지 말라고 3차 접종까지 했는데 확진자가 많아진다니 우울하다"고 했다.
정부 "소아외래진료센터 늘리겠다"지만...
방역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권역별로 '소아 외래진료센터'를 만드는 방안이다. 부모는 불안한 마음에 대면 진료를 원하지만, 현재로선 기존 치료기관을 이용할 수 밖에 없고 여기엔 대부분 소아 진료가 가능한 의료진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아예 소아 외래진료만 담당하는 센터를 따로 만들자는 것이다.
발 빠르게 나선 서울시는 23일까지 5곳을 만들어 운영키로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물론, 지방도 소아 외래진료센터를 얼마나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못하고 있다.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아이들 발열이나 크롭(컹컹 짖는 듯한 기침) 증상을 보일 때 힘들어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대면 진료를 해야 안심된다고 해서 권역별로 대면 진료센터를 늘리려 하지만 선뜻 하겠다고 하는 곳들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임신부용 분만병상을 이달 중 200개 더 확보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진자이거나 밀접접촉자인 임신부는 음압 병상에서 분만한 뒤 신생아와 격리하게 되는데, 현재까지는 이 분만 병상이 82개 뿐이다. 올해 1~2월간 발생한 임신부 확진자는 59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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