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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가 결자해지해야 한다

입력
2022.02.23 04:30
수정
2022.02.23 06:1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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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씨가 지난해 11월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 서재훈 기자

김만배씨가 지난해 11월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 서재훈 기자

대통령 선거를 2주 앞둔 상황에서 대선 후보 못지않은 유명 인사가 등장했다.

김만배 : 1966년생. 수원 수성고 출신.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졸업. 머니투데이 법조팀장. 그리고 화천대유 대주주.

대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뉴스를 잠시라도 봤다면, 이제 대한민국에서 김만배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김만배ㆍ정영학 녹취록’으로 단번에 전국에 이름을 알리더니, 최근엔 ‘그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많게는 수백 번씩 그의 이름이 정치권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3월 9일이 다가올수록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용 빈도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김씨와는 개인적으로 알고 지냈기에, 그의 현재 상황에 대해선 누구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녹취록을 취재하고 보도하면서 인간적 고뇌도 있었다. 그는 언론계 선배일 뿐 아니라, 대법원 기자실에서 2년간 어울려 지낸 사이다. 김씨 캐릭터를 두고 호불호가 있지만, 제법 좋은 기억이 많이 남아 있다. 법조계 인맥이 탄탄했던 그는 종종 ‘기삿거리’를 알려줬으며, 밥을 사주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와 같은 공간에 머무르면서도 몰랐던 사실이 있었다. 그가 기자 신분으로 부동산 사업을 했고, 화천대유를 설립했으며, 공무원과 국회의원에게 돈을 건넸다는 점이다. 도덕적ㆍ법적 기준을 한참 벗어난 그의 일탈에 선량한 기자들은 허탈함을 느꼈고 분노했다.

그럼에도 김씨는 후배 기자들을 향해 제대로 된 유감 표시 한 번 하지 않았다. 특히 녹취록 관련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대되고 있는데도,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씨 측은 “대장동 사업 비용을 분담하는 과정에서 동업자들과 서로 비용을 부풀리다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정영학이 녹음하는 낌새를 알아채고 일부러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탕하고 과시하는 스타일을 알기에, 그의 주장이 전혀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녹취록에 나오는 모든 내용을 그런 식으로 뭉개고 넘어갈 수는 없다. 그가 말했던 내용이 이미 사실로 드러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아들 50억’ 퇴직금 의혹으로 기소된 곽상도 전 의원을 보자. 김씨는 녹취록에서 혐의를 뒷받침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김씨는 정영학 회계사에게 “병채 아버지(곽 전 의원)는 돈(을) 달라고 그래. 병채 통해서"라고 말했고, "한꺼번에 주면 어떻게 해? 서너 차례 잘라서 너를 통해서 줘야지. 그렇게 주면 되냐"고 자신이 병채씨에게 되물었다는 내용도 나온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김씨에게 5억 원을 건넨 사실도 녹취록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김씨는 “우리 법인 만들 때 돈 들어온 것도 박영수 고검장 통해서 들어온 돈"이라고 말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김씨에게 30억 원을 빌린 사실도 녹취록이 없었다면 알려지지 않았을 내용이다.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조원태가 홍(선근) 회장 통해 돈 빌려달라고 한 거야”라고 말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했다. 일을 저지른 사람이 결국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지금 비록 영어의 몸이 됐지만, 그는 30년 가까이 기자로 살았다. 실체적 진실 보도를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면, 기자 출신답게 결기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 국민들이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 그가 가장 잘 알 것이다.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이다.


강철원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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