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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경제 제재·병력 증파·회담 취소’ 3대 압박 카드 꺼낸 美 바이든...러 침공 제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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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경제 제재·병력 증파·회담 취소’ 3대 압박 카드 꺼낸 美 바이든...러 침공 제어할까

입력
2022.02.23 18:00
수정
2022.02.23 22:4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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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전면침공 대비해 ‘초강력 제재’는 남겨둔 듯
바이든 "우크라 침공 국제법 위반"...러 은행 제재
발트해 3국 F-35 전진 배치, 외교장관회담은 취소
2014년 후 제재 대비 러, 단기간 내 굴복 안 할 듯
우크라이나는 국가비상사태 선포 항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침공에 격분한 미국이 3대 압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추가 경제 제재, 병력 증파, 외교회담 취소’가 그것이다. 러시아 주요 국책은행 제재, 국채 자금 조달 차단 같은 경제 압박에다, 발트해·동유럽 등에 미군 전력을 추가하고, 일정이 잡혔던 미러 외교 대화를 일단 취소하는 것으로 러시아의 추가 공세 제어에 나섰다. 러시아 침공 위협에 몰린 우크라이나는 향후 30일간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예고하고 예비군 20만 명을 소집하면서 결사항전의 태세로 돌입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 같은 압박에 굴복할지는 불분명하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제재 강도는 상당하나 러시아가 백기를 들고 나올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러시아는 미국의 대응을 예상된 수순으로 치부하고 우크라이나 공략을 계획대로 밟아가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의 조치가 수출 통제 적용이나 러시아 금융기관의 국제금융결제망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퇴출 같은 '초강력 제재 패키지' 단계는 남겨둔 상황이라 러시아 행보를 당장 틀어막는 효과는 적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러시아를 방문한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상호협력조약에 서명한 뒤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러시아를 방문한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상호협력조약에 서명한 뒤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것(돈바스 분리독립 승인 및 러시아군 진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작”이라며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하루 전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분리독립을 승인하고 러시아군의 돈바스 지역 진입을 명령한 데 대한 비판이었다.

백악관은 21일 미국인의 DPRㆍLPR 신규 투자, 무역 등을 금지하는 1차 제재안을 발표한 데 이어 추가 제재로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선 “러시아 대형 금융기관 두 곳에 완전한 제재를 시행한다”며 사회간접자본과 군수산업 지원용 국책은행 VEB와 PSB를 제재 대상으로 거명했다.

미 재무부는 두 은행에 더해 자회사 42곳과 크렘린궁 및 그 가족과 연줄이 있는 러시아 고위층 5명의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제재 대상이 된 개인과 법인은 미국 내 보유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과의 거래가 중단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러시아 국채에 대해 포괄적 제재를 시행한다”며 “(러시아는) 더 이상 서방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없으며 미국이나 유럽에서 새로운 국채를 거래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 화웨이에 적용했던 수출 통제 방식이 러시아에도 적용될 수 있다.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통해 미국산 기술과 부품이 투입된 제품, 미국에서 생산된 물품 등의 러시아 수출을 통제해 러시아 소비자경제에 타격을 주는 식이다. 이 경우 한국산 자동차와 스마트폰 수출도 영향을 받게 된다. 수출 통제에는 일본, 대만, 싱가포르가 지지 입장을 보였다는 포린폴리시 보도도 있었다.

미국은 또 독일을 설득, 러시아와 유럽 간 천연가스 공급망인 ‘노르트스트림-2’ 중단 조치를 취했다. 유럽연합(EU)도 러시아의 금융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등 독자적인 경제 제재안을 잇따라 발표했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침공이 시작된 가운데 21일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러시아 로스토프에서 기갑부대가 이동하고 있다. 로스토프=타스 연합뉴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침공이 시작된 가운데 21일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러시아 로스토프에서 기갑부대가 이동하고 있다. 로스토프=타스 연합뉴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동유럽에 대한 군사 지원 강화도 준비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와 인접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해 연안 구소련 3국의 방어 강화를 위해 추가 병력과 장비 이동을 승인했다고 소개했다.

미 국방부는 3국에 병력 800명을 추가 파견하고, 최신예 F-35 전투기 8대와 아파치 헬기 20대도 전진 배치했다. 미국은 “완전한 방어 움직임”이라고 선을 긋기는 했으나 유사시 러시아군에 맞설 전력은 계속 증강될 전망이다.

미국은 또 24일로 예정됐던 미러 외교장관회담도 ‘러시아의 침공’을 이유로 취소하면서 대화 냉각기도 갖기로 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외교의 문을 닫아놓지는 않았지만 러시아가 경로를 바꾸지 않는 한 외교는 성공할 수 없다”며 러시아군 철군을 정상회담 성사 조건으로 제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 병사가 21일 동부 도네츠크 참호에서 친러시아 반군 동정을 살피고 있다. 도네츠크=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정부군 병사가 21일 동부 도네츠크 참호에서 친러시아 반군 동정을 살피고 있다. 도네츠크=EPA 연합뉴스


다만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때처럼 제재만으로 러시아의 공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부보좌관을 지낸 벤 로즈는 뉴욕타임스에 “제재 조치가 푸틴에게 비용을 부과하고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수는 있지만 제재가 푸틴의 계산을 완전히 뒤흔들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제재) 충격은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고, 미 CNN 역시 “(제재는) 사실상 상징적”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러시아 대형 은행인 스베르방크와 VTB 등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다. 러시아는 2014년 이후 서방의 제재에 대비해 서방권 투자 규모를 축소했고 외환보유액 평가액은 지난해 말 기준 6,306억 달러에 이르는 등 이번 제재에 흔들리지 않을 경제 체력도 비축했다. 또 북한과 이란이 미국 등의 경제 제재에도 수십 년씩 버티는 상황을 볼 때 러시아가 단기 제재에 굴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지배적이다.

러시아가 돈바스 동부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지역에서 더 나가지 않으면서 당분간 현상유지 전략을 택할 경우 대(對)러시아 압박 공조가 흐트러질 가능성도 있다. 푸틴 대통령도 “지금 당장 (러시아) 군대가 돈바스로 간다는 말이 아니다. 현지 상황에 달렸다”며 ‘치고 빠지기’ 식 전략을 선보여 미국의 고민만 깊어지게 생겼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백악관은 최근 며칠 동안 외교의 여지를 남기면서 푸틴 대통령에 대해 공격적 자세를 유지하는 방법을 놓고 고심했다”며 “러시아에 대한 지렛대를 유지하기 위해 더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하는 것은 보류했다”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단계를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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