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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치료까지 끝냈는데 보건소는 "환자 목록에 없다"… '유령환자'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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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치료까지 끝냈는데 보건소는 "환자 목록에 없다"… '유령환자' 속출

입력
2022.02.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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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병원 PCR 검사 결과를 보건소에서 누락
전산 시스템 없어 수기로 명단 작성하고 취합
확진자 누락되거나 등록 지연될 '구조적' 여건
"당장은 지자체 인력 충원해 업무 부담 덜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다 규모인 17만1,452명 발생한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재택치료 건강모니터링센터에서 의료진이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다 규모인 17만1,452명 발생한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재택치료 건강모니터링센터에서 의료진이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에 사는 김모씨는 이달 16일 동네 병원에서 받은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양성 진단이 나와 재택치료에 들어갔다. 그런데 격리 해제 하루 전날인 21일까지 보건소에서는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 수백 번 통화를 시도한 끝에 가까스로 연결된 보건소에선 "민간 병원의 PCR 결과는 보건소와 구청으로 늦게 넘어오니 기다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동네 병원은 김씨의 문의에 "검사 당일 관련 자료를 보건소에 보냈다"고 답했고, 보건소는 그제서야 "확진자 명단 취합 과정에서 누락된 자료가 있었다"며 김씨에게 사과했다. 자신이 보건당국의 확진자 명부에서 누락된 사실을 격리 해제 전날에야 확인하게 된 김씨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17만 명대에 이른 가운데 PCR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도 확진자로 등록되지 않은 채 방치된 '유령환자'가 생기고 있다. 환자 입장에선 재택치료와 격리 해제 사실을 입증하지 못해 치료에 따르는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더구나 이런 환자 관리 소홀이 만연할 경우 가뜩이나 느슨해진 방역 체계가 더욱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방역당국의 확진자 명부 작성은 관할 지역 보건소가 병원 등 PCR 검사 기관으로부터 결과를 전달받아 취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확진자 정보를 통합 관리할 전산시스템이 없어, 검사 기관은 제각기 다른 양식으로 자료를 전달하고 보건소에서 이를 정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듯 확진자 관리가 전산 입력이 아니라 수기 요소가 다분한 방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환자 정보 누락이나 등록 지연이 일어나기 쉽다. 김씨와 같은 유령환자 발생을 우연이 아니라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김씨 관할 지자체의 코로나19 대응팀 관계자는 "민간 병원에서 질병관리청에만 신고하거나 (보건소에서) 수기 자료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확진자가) 빠지는 문제가 가끔 있다"며 "전산 없이 사람이 하는 일이라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확진자 관리 부실은 당장 환자에게 타격을 준다. 보건소에 확진자로 등록되지 않으면 비대면 진료 등록 절차를 밟을 수 없어 증세 악화에 대처하기 어렵게 된다. 또 환자를 돌보는 가족(동거인)이 PCR 검사를 받을 때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실제 피해 사례도 있다. 최근 확진돼 재택치료를 한 이모(35)씨는 격리 해제 당일인 이달 11일 격리통지서와 해제통지서를 동시에 받았다. 이씨는 "격리 해제 당일에야 확진 사실이 지자체로 이관되면서 내 이름이 누락됐다는 걸 알았다"며 "보건소 문자가 없어 치료 기간에 확진자에게 처방되는 약 대신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감기약으로 버텨야 했다"고 말했다.

미등록 확진자는 구청장 명의로 발급되는 격리통보서 및 격리해제서를 발급받을 수 없다. 또한 재택치료자의 의약품 구입 등에 소요되는 비용 지원을 위해 마련된 자가격리 생활지원금도 받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유령환자 문제가 재택치료자 관리 업무를 지역 보건소로 이관할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 정보를 공유하는 제반 절차가 자동화돼 있지 않다 보니, 확진자 명단 관리에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며 "당장은 전산시스템을 개발해낼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지자체별로 전담 인력을 충원해 업무 과부하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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