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중공업·금속노조, 명예복직 및 퇴직 전격 합의
과거사 정리·화합 노사관계 정립 위해 서로 양보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해고됐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37년 만에 복직한다.
HJ중공업과 금속노조는 23일 HJ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노동계 숙원이던 해고노동자 김진숙 위원의 명예복직과 퇴직에 합의하고 서명식을 가졌다. 합의서에는 김 위원이 이달 25일자로 복직하고 당일 퇴직한다는 것과 퇴직 관련 모든 사항은 노사협의를 통해 결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홍문기 HJ중공업 대표와 정홍형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장, 심진호 한진중공업 지회장이 서명했다. 김 위원의 명예복직과 퇴직 행사는 25일 오전 11시 영도조선소에서 열린다.
김 위원은 21세였던 1981년 이 회사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에 여성 용접공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1986년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대공분실로 끌려가는 고초를 겪은 뒤 강제 부서 이동에 반발해 무단결근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그는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법적 소송과 관계기관에 중재 요청, 복직 투쟁을 이어왔다. 노동 운동가와 연설가로도 활동했다. 2011년에는 한진중공업 구조조정에 반대해 부산 영도구 공장 내 85호 크레인에 올라가 306일간 고공농성을 했다. 당시 전국 노동자들은 주말마다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와서 김씨와 연대했다. 이후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은 복직했지만 김 위원은 끝내 회사로 돌아오지 못했다.
사측은 중앙노동위원회와 부산지법의 해고 정당 판결을 근거로, 금속노조는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와 국회환경노동위원회의 복직 권고를 들어, 김씨의 복직에 난색을 표했다.
김씨가 해고 당시 몸담았던 대한조선공사는 1989년 한진중공업으로, 2021년에는 동부건설컨소시엄에 인수돼 HJ중공업으로 새 출발했다. 김 위원은 2020년 60세 정년이 되면서 법적 복직시한을 넘기고 말았다.
HJ중공업은 새 출발을 하는 상황에서 해묵은 갈등을 털고 노사가 함께 회사 재도약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했고, 금속노조는 노동운동의 상징인 김 위원이 명예로운 복직과 퇴직을 할 수 있는 시점이 지금이라고 판단했다.
HJ중공업 관계자는 “회사는 법률적 자격 유무를 떠나 과거에 같이 근무했던 동료이자 근로자가 시대적 아픔을 겪었던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인도적 차원에서 명예로운 복직과 퇴직의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측도 “다시는 이러한 해고와 장기투쟁이라는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신뢰와 화합의 안정적 노사관계를 열어야 할 시점임을 공감한다”며 “과거와 달리 대승적 차원에서 결정해 준 회사 측에도 감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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