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범죄일람표 등장
주가조작 동원 계좌 157개 중 5개 김건희 명의
계좌 넘겨받아 주가조작 가담 일당은 이미 기소
"계좌 일임 때 주가조작 알았는지가 수사 초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동원된 계좌 157개 중 5개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인 김건희씨 소유 계좌로 파악됐다. 윤 후보 측은 그간 "김씨는 주가조작과 무관하다"며 주식이 거래된 계좌 한 개를 공개했지만, 검찰은 계좌 5개 모두가 주가조작에 이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김씨가 이 계좌들이 주가조작에 이용될 것이란 사실을 몰랐다면, 사법처리는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범죄일람표에 나오는 김건희 계좌
23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공소장과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검찰은 주가조작에 사용된 계좌를 157개(명의 기준 91명)로 추려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주가조작 선수들'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계좌 정보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권 회장 등이 이 계좌들을 통해 △가장·통정매매 △고가·허수매수 △시가·종가 관여주문 등 7,800회가 넘는 불법 거래를 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에 파악한 계좌 중에는 김건희씨 명의로 된 증권사 계좌도 5개도 포함돼 있다. 5개 계좌를 통한 주가조작 거래는 200여 차례로 파악된다. 검찰은 이 중 3개 계좌는 김씨가 주가조작 선수 2명에게 빌려준 것이고, 나머지 2개 계좌는 직접 주식을 사들일 때 사용한 계좌로 보고 있다.
특히 김씨가 직접 주식을 거래한 계좌 2개는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다량의 주식을 사들인 계좌(비정상적 매수 유도에 의한 대량매집)로 분류된다. 검찰은 김씨에게 매수를 권유한 인물로 권 회장을 지목하고 있다.
주가조작 동원 계좌 5개인데...尹, 계좌 1개만 공개해 논란 부추겨
윤 후보 측은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윤 후보 측은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김씨의 5개 계좌 중 신한금융투자 계좌 내역을 공개하기도 했다.
윤 후보 측은 당시 "2010년 1월 이모씨(주가조작 선수)에게 신한금융투자 계좌를 일임하고 4개월 정도 맡겼으나 4,000만 원 손실을 보고 2010년 5월 관계를 끊었다"며 "주가조작 관여 의혹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 측은 그러나 신한금융투자 계좌 이외에 김씨 명의 4개 계좌의 존재 사실 및 2010년 5월 이후 거래한 계좌 내역 공개 요구에는 침묵하고 있다.
검찰, 김건희 주가조작 사전인지 여부 파악에 초점
검찰은 권 회장 등 주가조작 세력이 기소되면서 김씨 계좌 5개가 사용된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에, 해당 계좌들이 주가조작에 동원될 것을 김씨가 미리 인지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주가조작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주가조작에는 여러 계좌가 필요하기 때문에 타인 계좌를 일임 투자라는 명목으로 빌려가는 경우가 많다"며 "단순 투자로 알고 계좌를 빌려준 사람까지 주가조작에 개입했다고 보긴 어렵다. 김씨도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김씨가 주가조작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결정적 물증이 없다면 김씨나 권 회장 등의 자백에 가까운 진술이 나와야 하는데, 이들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씨와 주가조작 세력 간의 모의를 의심할 만한 명확한 증거도 아직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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