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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만 확진자 수에 겁먹지 말라고?... 응급 이송 체계부터 고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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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만 확진자 수에 겁먹지 말라고?... 응급 이송 체계부터 고쳐라"

입력
2022.02.23 17:30
수정
2022.02.23 18:4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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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치료자 26만→52만 폭증
확진자 수 이어 재택도 '더블링'
"공포심 가질 필요 없다"는 정부
현장선 "응급환자 폭증 걱정"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와 함께 위중증 환자가 확산세를 보인 20일 오전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119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와 함께 위중증 환자가 확산세를 보인 20일 오전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119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열이 펄펄 끓는 재택치료 환자가 이제나 저제나 무슨 처방이 있으려나 기다리다 못해 응급실까지 직접 차를 몰고 오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국민더러 겁먹지 말라고만 할 게 아니라 겁먹을 일 없도록 만들어줘야죠."

23일 수도권 종합병원 의사 A씨는 얼마 전 아찔한 상황을 털어놨다. 재택치료 중이던 B씨가 호흡이 가빠진 채 응급실에 들이닥쳐서다. B씨는 확진 뒤 재택치료에 들어간 지 이틀 만에 몸상태가 극도로 악화됐다. 병원 이송이 늦어지자 불안한 마음에 자기 차를 직접 몰고 나온 것이다. B씨 상태에 대해 A씨는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이미 고열에다 호흡이 불안정해 곧바로 인공호흡기를 달아 중환자실로 보냈다"며 "다행히 치료를 잘 받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날 정부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17만 명을 넘어서고 사망자 99명으로 치솟았음에도 "안심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반복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위중증 환자 숫자는 안정적이니 확진자 숫자 때문에 공포심을 가질 필요 없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의료현장의 얘기는 다르다. 코로나 증상이 악화돼도 제때 치료받지 못한 이들이 늘면서 '제2의 병상대란이 임박했다'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확진자 폭증에 따라 재택치료자도 50만 명을 넘어섰다. 오미크론 변이가 증증화율이 낮다 해도 응급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환자 수 자체는 불어난다. 전문가들은 "재택치료자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응급 이송 체계를 더 보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 주 재택치료자 100만 명 될 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다 규모인 17만1,452명 발생한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재택치료 건강모니터링센터에서 의료진들이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다 규모인 17만1,452명 발생한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재택치료 건강모니터링센터에서 의료진들이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 뉴스1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재택치료 환자 수는 52만1,294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49만322명)보다 3만972명 늘었다. 19일(40만1,137명) 40만 명을 넘은 지 나흘 만에 50만 명 돌파다. 사망자는 이날 0시 기준 99명으로 전날(58명)보다 41명 늘었다.

신규 확진자는 17만 1,452명으로, 1주 전인 16일(9만 443명)보다 약 8만명 증가했다. 이날 오후 6시까지 전날보다 2만 3,904명 많은 13만 7,227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최종집계 뒤엔 20만 명을 넘길 수도 있다. 확진자가 매주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은 재택치료자도 마찬가지다. 일주일 전인 16일(26만6,040명)과 비교하면 두 배로 증가했다. 그 전주 증가 폭 10만 명보다 16만 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다음 주에도 더블링이 나타나면 재택치료자는 100만 명대에 오를 수 있다.

김 총리 "공포감 안 가져도"… 현장에선 "응급실 여력 없다"

그러나 정부는 현 상황에 대해 "오미크론에 잘 대응하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평가했다. 방역 정책도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고 예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앞서 21일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조정해 나가겠다"고 하더니,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는 "과거처럼 확진자 수만 갖고 두려움이나 공포감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며 "위중증률과 사망률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치명률과 중증화율이 낮은 오미크론 특성상 고위험군 관리에 집중하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인정한다. 그러나 증상 악화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늘 수밖에 없는 만큼 "지금은 안심하라고 할 때가 아니라 응급실 이송 체계를 고칠 때"라고 지적했다. 병상대란이 발생한 '델타 대유행' 때보다 심각한 수준인 만큼, 대비가 더 늦어지면 의료체계는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낸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인 이형민 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로 하루에 전화가 100통씩 오는데 보건소와 연락이 잘 안 돼 조치를 제때 못하고 있다"며 "여력이 전혀 없어 상태가 나빠진 환자에 대한 조치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응급 환자 위해 '거점 응급실' 만들자"

김부겸 국무총리가 23일 오후 서울시 동대문구 동부병원 의료상담센터를 방문해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23일 오후 서울시 동대문구 동부병원 의료상담센터를 방문해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감염병전담병원처럼 확진자들을 이송할 '지역별 거점 응급실'을 지정하자고 주장한다. 양성 판정까지 기다리거나, 음압시설을 갖춘 응급실을 찾아다니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일을 줄이자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확진자를 바로 이송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며 "응급 확진자들의 병목현상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민 교수도 "이제는 응급 의료가 얼마나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재택치료자 폭증으로 전화상담과 확진 통보·처방이 지연되는 문제에 대해 뒤늦게 보완하겠다고 나섰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재택치료자가 증가하고 있으나, 안내가 지연되고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모든 보건소에 확진자 및 동거인 안내문에 전화상담과 처방이 가능한 병원 안내를 포함하고, 문자 안내 내용에는 상담 전화번호와 응급연락망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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