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들의 대화에 ‘그분’으로 등장하는 조재연 대법관이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대장동 그분’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는 가운데 조 대법관이 연관성을 부인함으로써 그분의 정체는 더욱 혼미해졌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현직 대법관이 정쟁에 휘말린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더 이상 혼란이 없도록 검찰수사를 통해 대장동 그분의 실체와 조 대법관의 연루의혹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
그분을 둘러싼 논란은 애초 검찰의 어정쩡한 태도가 문제였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녹취록 다른 부분에 등장하는 그분은 정치인이 아니다”라며 이재명 후보를 향하던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천하동인 1호의 절반은 그분 것”이라며 김만배씨가 언급한 대장동 비리의 몸통에 대해서는 추가로 규명하지 않았다. 또 조 대법관이 녹취록에 등장하는 사실을 당시에 파악하고도 참고인 조사 등을 벌이지 않았다. 검찰은 “김만배를 비롯한 대장동 사건 그 누구와도 일면식이 없다”는 조 대법관이 왜 대장동 대화에 등장하는지부터 밝혀내야 한다.
녹취록을 이용하는 정치권 공방은 더 큰 문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녹취록에 등장하는 그분뿐 아니라 “윤석열 죽어” “이재명 게이트”라는 단어나 표현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며 상대를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녹취록 내용은 수사를 통해 확인된 게 하나도 없는 데다 대화의 맥락 자체가 불분명해서 진위를 분간하기가 어렵다. 그런데도 양측은 수사 단서에 불과한 녹취록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표현만 발췌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정치권의 녹취록 공방은 대선 국면에서 국민을 혼란에 빠뜨려 유권자 선택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 조 대법관도 기자회견에서 “그분과 관련해 증폭된 논란이 대선에서 국민을 오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는 억측과 궤변으로 포장된 허위사실에 속아 넘어갈 유권자가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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