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L-SAM 비공개 시험발사 성공
지난해 SLBM 시험발사 홍보와 대조
군 당국이 23일 ‘한국형 사드’로 불리는 장거리 지대공 유도미사일 L-SA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적의 미사일을 40~150㎞에서 요격하는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ㆍ사드)처럼 고도 40~70㎞를 방어해 붙여진 별칭이다.
L-SAM은 대선 국면에서 주목받은 무기체계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로는 수도권 방어가 불가능하다”며 추가 배치를 공약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북한에서 수도권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은 40㎞ 이하의 저고도라 사드 요격 범위를 벗어난다”면서 “현재 개발 중인 L-SAM을 조기 배치하겠다”고 맞섰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L-SAM에 모아졌지만, 군 당국은 이날 시험발사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국방부는 “무기체계 개발 관련 사안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함구했다. 같은 논리라면 지난해 9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도 숨겨야 했지만, 그때는 공개했다. 군 당국은 왜 ‘로키(low-keyㆍ절제된)’ 행보를 택했을까.
①문재인 대통령 불참
우선 군 당국이 SLBM 발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관한 영향이 크다. 대통령 공식 행사였기에 당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 와중에도 일정을 강행했다. 그러나 이번엔 문 대통령이 불참했다. 이날 오후 충남 태안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서 실시된 시험발사에는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욱 국방부 장관 등 극소수 고위 관계자들만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이 오는 행사도 아닌데 굳이 군사 시험을 노출해 상대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②아직 미완성… 실패 변수 부담
거꾸로 문 대통령의 불참은 무기체계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의미도 된다. L-SAM이 적어도 2026년은 돼야 전력화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이번 발사는 중간단계 성격으로 볼 수 있다. 실제 SLBM 최종 발사에 앞서 실시된 1단계 지상사출시험과 2단계 수중 사출시험은 모두 비공개로 이뤄졌다.
정부 입장에선 대선을 앞두고 L-SAM 발사 공개가 ‘나쁘지 않은 카드’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자주국방을 이유로 이전 정부에서 꼭꼭 숨겼던 무기체계를 거리낌없이 홍보해왔다. 하지만 아직 미완성의 무기를 섣불리 공개했다가 실패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다만 이날 시험에서 발사된 요격미사일이 미리 설정한 탄착점에 정확히 떨어지면서 애초 목표한 성능 테스트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형 아이언돔’으로 불리는 ‘장사정포 요격체계’(LAMD) 시험발사도 함께 진행해 원하는 결과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③北, 추가 도발 빌미 줄 수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도 무시 못 한다. 지난해 SLBM 시험발사 날짜가 알려지자 북한은 공식 행사 1시간 30분 전에 미사일을 먼저 기습 발사했다. 우리의 국방력을 축하하는 잔치에 재를 뿌린 것은 물론이고, 이를 빌미로 도발 명분도 강화했다. 가뜩이나 지난달에만 7번 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레드라인(금지선)을 넘겠다”고 공식 천명한 북한에 첨단무기 공개는 또다시 무력시위 구실을 줄 위험이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