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행보가 20대 대통령 선거 막판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지지율은 6~9% 사이에 머물러 있지만 그의 단일화 관련 행보가 초접전을 벌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간 갈등이 더 커진 사이 민주당은 다당제 보장 카드로 구애에 나서 대선 삼각 관계가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 안 후보가 지난 13일 윤 후보 측에 단일화를 제안한 후 여러 조사에서 안 후보 지지율은 빠진 반면 윤 후보는 지지율이 상승해 이 후보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하지만 안 후보가 단일화 논의 결렬을 선언하며 윤 후보와 각을 세운 이후에는 윤 후보와 이 후보가 다시 경합하는 모습이다. 안 후보 지지 기반인 중도층 민심 기류가 안 후보 행보와 일부 연동된 셈이다.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으로 탄력을 받았던 정권교체론도 다소 힘이 빠진 것이다.
□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4일 다당제 정치를 보장하기 위해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결선투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강화, 기초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소수 정당들이 요구해왔던 사안으로 이들과의 연대를 위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안 후보 지지자들에게 국민의힘이 아니라 민주당이 한편이라는 심리적 전선을 만들어 윤 후보로의 표심 이동을 막겠다는 의도도 깔렸다.
□ 윤 후보 측으로선 단일화 없이도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마냥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를 받았어야 했다”며 윤 후보가 여론 흐름을 착각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와의 사이가 틀어진 후 지지율 정체가 계속되면 이제는 윤 후보 측이 안 후보에게 매달릴 가능성도 있다. 윤 후보 지지자인 신평 변호사는 “윤 후보가 저녁에 집에 찾아가서라도 안 후보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대선 전 마지막 날까지 삼각 로맨스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