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행진을 일단 멈췄다. 금통위는 24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25%로 유지키로 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8월에 이어, 지난해 11월과 지난 1월 등 세 차례 걸쳐 각각 0.25%씩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번 동결은 그간의 연속 금리 인상 효과, 오미크론 확산, 우크라이나 리스크 등을 감안한 결정이다. 다만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을 2012년 4월 이래 10년 만의 최고치인 3.1%로 수정 전망해 추가 금리 인상을 강력 시사했다.
현재 1.25% 기준금리는 이미 코로나19 발생 이전으로 돌아간 수준이다. 코로나 경기 대응 성격의 금융완화가 종결되고, 미국 금리 인상 템포에 맞춘 추가 금리 인상 여부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전운 고조에 따른 글로벌 경기위축 가능성과 국내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 등 연속 금리 인상 효과가 일부 확인됨에 따라 금리 인상 숨고르기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물가 앙등세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0%로 예측했다. 하지만 단 3개월 만에 전망치를 무려 1.1%포인트 높인 3.1%로 대폭 조정했다. 에너지값 상승세와 글로벌 공급난, 우크라이나 리스크 증폭 등에 따라 2%대 물가관리는 포기한 셈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 등으로 격화하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고 원자재 공급난이 확산되면, 경기 둔화와 수입경로를 통한 물가급등세가 맞물리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없지 않다.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유지했다. 견조한 수출과 확장적 재정효과 등을 감안한 판단이다. 하지만 에너지 수급, 교역 위축 등 대외변수가 악화할 경우 금리 인상 여부를 둘러싼 통화정책은 다시 한번 방향을 잡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민간과 정부는 일단 금리 인상 기조를 전제로 대응할 필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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