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2주 앞둔 24일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 개혁ㆍ헌법 개정’을 골자로 하는 정치개혁안을 전격 발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당선되면 야당과 함께 통합정부를 구성하고, 다당제 정착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심상정 정의당·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 등 제3지대 후보들에게 정치개혁을 고리로 손잡자고 제안한 것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고립시키는 ‘반(反)윤석열 포위망'을 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다급한 與... "결선투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다 하자"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의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발표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해 국회가 국무총리를 추천ㆍ선출하게 하고, 총리에게 각료 추천권 등 헌법상 권한을 보장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책임총리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다. 5년 단임제인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방안, 대선에서 최다 득표 후보가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하면 1, 2위 득표자가 최종 투표를 치르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새 정부 출범 후 1년 안에 이를 위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구상이다.
승자독식형 선거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비례대표 위성정당의 출현을 막겠다고 약속했다. 지방선거에 중ㆍ대선거구제를 도입해 소수 정당의 사표(死票)를 방지하고 다당제를 정착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송 대표는 “비례성을 강화해 세대, 성별, 계층 등 다양한 민심이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만들겠다”며 “집권당은 독주하고, 야당은 국정 발목을 잡고, 소수정당은 한계에 부딪히는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정치 개혁 협력하자, 尹은 빼고”
민주당 정치개혁안은 안철수ㆍ심상정 후보 등 제3지대를 겨냥하고 있다. 그간 “기득권 양당제의 종식”을 외쳐온 이들과 정치개혁을 고리로 선거 연대를 구체화해 ‘반윤석열 텐트’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윤 후보를 제외하고 국민 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모든 정치 세력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협력하자”며 본심을 숨기지 않았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안 후보 롤모델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17년 소속 정당 의원 한 명 없이 대선에서 이긴 건 결선투표제 때문”이라며 “결선투표제 도입은 안 후보를, 선거제 개혁은 심 후보를 염두에 뒀다”고 했다.
①쇄신 이미지 선점 ②야권 단일화 훼방
민주당의 정치개혁안은 다목적 카드다. 먼저 ‘쇄신’ 이미지를 선점해 협치ㆍ통합을 중시하는 중도ㆍ부동층 표심을 흡수하려는 시도다. 이 후보는 25일 정치 분야를 주제로 한 대선 후보 간 2차 법정 TV토론에서 정치개혁을 강조할 것이라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 후보 등이 개혁안에 호응하지 않아도, 유권자들이 ‘여당이 기득권을 내려놓는다’고 느끼면 성공”이라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후보 단일화 결렬 책임을 두고 상호 폭로전을 펼치고 있는 보수 진영과 차별화하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아울러 통합정부 선택지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안 후보의 ‘몸값’을 높여 야권 후보 단일화를 방해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선거 목전' 정치개혁 진정성 의문... 심상정·안철수 '심드렁'
다만 민주당이 기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치권에서는 “선거 막바지에 정치개혁안을 들고 나온 민주당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가 2020년 4ㆍ15 총선 당시 ‘비례대표 위성정당’을 만들어 말을 뒤집은 전례가 있다.
당사자인 안 후보와 심 후보도 당장 호응하지 않았다. 심 후보는 "대선과 연동하지 말고 진정성 있게 성찰하는 마음으로 이행해달라”고 했고, 안 후보는 “(이 후보가) 그렇게 소신이 있으면 실행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민주당의 정치적 의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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