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하데스타운' 서울 공연 호평 속 막 내려
'운명의 여신' 이지숙·이아름솔·박가람 인터뷰
"스스로 대견" "매회가 황홀"…3월 대구서 공연
"저희 얄밉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운명의 여신'은 이성적인 캐릭터의 끝이라고 할 수 있어요. MBTI로 보면 'TJ' 유형일 거예요." (배우 이아름솔)
뮤지컬 '하데스타운' 서울 공연이 지난달 27일 막을 내렸다. 지난해 9월 개막 이후 무려 197회 전회 공연을 모두 소화한 '운명의 세 여신' 역의 이지숙, 박가람, 이아름솔을 마지막 서울 공연을 앞두고 만났다. 맏언니인 배우 이지숙은 "200회 가까이 무대에 오르는 공연은 잘 없다"면서 "저도 이번이 처음이라 (스스로) 대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찬가지로 이렇게 긴 공연은 처음이라는 이아름솔도 "무슨 힘으로 버텼을까 생각해보면, 작품 자체는 물론 함께하는 분들도 좋았다"며 "매회가 황홀했다"고 말했다.
그리스신화 속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사랑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하데스타운'은 201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이 지난해 한국에서 열려 큰 관심을 받았다. 올해 초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운명의 여신은 '하데스타운'의 신스틸러다. 관망하는 입장에서 각 인물의 속마음이나 사건 전망을 냉철하게 전하는 인물들이다. 조화로운 화음을 자랑하지만, 가끔은 냉정한 현실 판단으로 주인공의 슬픔에 몰입한 관객에게 '산통깬다'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세 배우는 요즘 유행하는 성격유형 검사인 MBTI로 여신 캐릭터를 설명했다. F(감성형)가 아니라 T(사고형)이자 J(판단형)라는 얘기다. 배우 박가람은 "F(감성형)인 여신은 자신의 일을 할 수가 없다. 개인의 감정을 드러내도 안 되고 사람처럼 보여서도 안 된다"며 그런 캐릭터를 극 내내 끌고 가는 일이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여신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2시간 내내 무대에서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는 게 격렬한 춤을 추는 것만큼 힘들다고 전했다.
어려운 점은 또 있다. 1막에서는 퇴장 한 번 없이 무대를 채워야 하고, 각자 악기(바이올린·탬버린·아코디언)를 직접 연주하며 노래하는 장면도 많다. 여기에 턴테이블처럼 회전하는 무대까지 있어 동선 맞추기도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물론 누가 봐도 어려워보이는 이런 과제를 매회 해내면서, 이들 세 배우 모두 관객들 사이에서 '여신님들'로 불리며 주연 못지않은 인기를 끌 수 있다.
'하데스타운'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이지숙은 "곡 하나하나 유기적으로 잘 연결돼 있어서 어떤 연기를 하지 않아도 (배우가) 노래만 잘 소화하면 극이 잘 흘러간다"면서 "여기에 조명, 무대장치까지 섬세하게 연결돼 있다"고 극찬했다. '하데스타운'은 포크, 블루스,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 37곡으로 구성된 성스루 뮤지컬(노래로만 진행)이다. 여기에 이아름솔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면서 임팩트 있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중 마지막 공연이란 단어만 듣고도 눈물을 보인 박가람은 "(감염병 때문에) 어려운 상황인데 여기까지 큰일 없이 오게 돼 감동적"이라며 "이번 작품을 통해 삶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좋은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라는 얘기다. '좌절하더라도 계속 살아간다'는 삶의 메시지가 잘 담긴 넘버로 '로드투헬II'를 소개했다. "슬픈 노래. 하지만 그럼에도 우린 부르리라. 중요한 것은 결말을 알면서도 다시 노래를 시작하는 것."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짧은 휴식 후 3월 11일부터 27일까지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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