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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때마다 깜짝 놀라는 '가상 인플루언서'...광고, 연기 이어 음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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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때마다 깜짝 놀라는 '가상 인플루언서'...광고, 연기 이어 음반까지

입력
2022.03.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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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인플루언서, 마케팅 트렌드 떠올라
기술 발달로 '불쾌한 골짜기' 뛰어넘고
코로나19 팬데믹에 가상인간 급부상
소비 한 축된 MZ세대엔 거부감도 적어
"메타버스 보완 및 발전 가속화시킬 것"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22)가 지난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싱글 앨범 '후 엠 아이(Who Am I)' 발매 소식을 알렸다. 로지 외 김래아, 한유아 등 가상 인플루언서들은 차세대 마케팅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로지 인스타그램 캡처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22)가 지난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싱글 앨범 '후 엠 아이(Who Am I)' 발매 소식을 알렸다. 로지 외 김래아, 한유아 등 가상 인플루언서들은 차세대 마케팅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로지 인스타그램 캡처

●생일: 8월 19일. ●키: 171㎝. ●몸무게: 52㎏. ●신발 사이즈: 250㎜. ●성격유형지표(MBTI): ENFP. ●관심사: 세계여행, 요가, 에코라이프, 패션. ●인스타그램 팔로어: 12만2,000여 명 ●나이: 영원한 22세. ●직업: 버추얼(가상)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

누구의 프로필일까요. 흔한 연예인의 프로필이라기엔 나이와 직업이 특이하네요. 눈치 채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지난해 7월 한 보험회사 광고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가상 인플루언서 오로지(ROZY·22)의 프로필입니다. 마냥 신인모델로 생각했다가 가상인간이라는 걸 알고 놀라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지금껏 사람이라고 생각하셨던 분들이 있을 수도 있고요.

로지는 2020년 8월 데뷔한 이후 다방면에서 커리어를 쌓아가는 중입니다. 자신의 나이에 맞춰 2022년 2월 22일 싱글 앨범 '후 엠 아이(Who Am I)'를 발표하며 가수로서 도전장을 내밀었고요. 티빙(TVING) 오리지널 드라마 '내과 박원장'에 카메오 출연도 했습니다. 주인공 박 원장(이서진 역)의 가발이 벗겨질 때 입을 틀어 막고 놀라는 레이저기기 판촉 행사 도우미가 바로 로지입니다.


가상 인플루언서: 차세대 마케팅 트렌드

1998년 1월 정식 데뷔했던 사이버가수 아담.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8년 1월 정식 데뷔했던 사이버가수 아담. 한국일보 자료사진

과거 사이버가수 아담을 떠올리며 '로지도 한철'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1998년 데뷔한 아담은 정규 1집 '제네시스(GENESIS)'가 음반 판매량 20만 장을 넘기며 흥행했지만, 정규 2집 이후엔 홀연히 사라졌죠. 대신 "입대했다더라"거나 "컴퓨터 바이러스 때문에 사망했다더라"는 '카더라' 통신이 떠돌았습니다.

로지의 경우는 조금 다른데요. 특히 마케팅 업계에서는 '차세대 마케팅 트렌드', '마케팅 영역의 확장'이라고 의미를 부여합니다. ①가상 인플루언서들은 시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사람과 달리 스캔들 위험이 적다는 이유도 있지만, ②소비의 한 축이 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거부감이 적다는 것이 주요합니다.

중앙대 황서이·이명천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는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을 다루며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에서 접하는 가상의 존재와 상호작용하며 살아왔다"며 "이들은 가상의 존재에 굉장히 익숙하기 때문에 가상 인플루언서들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부담감이 전혀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도 지난달 출간한 저서 '메타버스 사피엔스'에서 비슷한 결론을 내놨는데요. 김 교수는 "사회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경제적 활동도 대부분 그들의 뇌가 가장 편안하다고 느끼는 디지털 현실 안에서 이뤄질 것이다. 그런데 1990년대에 출생한 Z세대의 일부는 이미 시장의 트렌드를 이끄는 주요 소비자로 떠올랐다"며 "이 점이 아직은 미흡한 메타버스 기술을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일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로지 이전엔 릴 미켈라... 2019년 연간 수익 140억 원

세계 최초 가상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 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세계 최초 가상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 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실제 가상 인플루언서 선배 릴 미켈라(Lil Miquela)의 성공 사례도 존재합니다. 세계 최초의 가상 인플루언서 미켈라는 미 로스앤젤레스(LA)에 거주하는 19세 브라질계 미국인 소녀입니다.

미켈라는 2016년 데뷔한 이후 프라다, 디올 등 소위 명품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했고요. 2017년엔 로지처럼 싱글 앨범도 냈습니다. 2018년엔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에 뽑혔구요.

미켈라는 통제 가능한 스캔들을 내며 화젯거리를 생산하기도 합니다. 트럼프 지지 성향의 가상 인플루언서 버뮤다가 미켈라의 인스타그램을 해킹했다가 화해를 하기도 했죠. 그 결과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308만5,000여 명에 달합니다.

성공의 지표인 수익을 볼까요. 2019년 한 해 미켈라의 수익은 140억 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로지도 만만찮습니다. 로지를 제작한 백승엽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 대표의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지난해 로지가 번 수익을 15억 원으로 추산합니다.


기술 발달, 팬데믹, MZ세대...가상 인플루언서가 뜨는 이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가상인간 시장이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존 광고모델 역할을 넘어 기상캐스터, 쇼호스트, 가수까지 활동범위가 넓어졌다. 최근 LG전자는 자사의 가상 인플루언서인 래아의 뮤지션 데뷔를 위해 엔터테인먼트 콘텐트 기업 미스틱스토리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래아는 올해 말 K팝 가수로 무대에 설 예정이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가상인간 시장이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존 광고모델 역할을 넘어 기상캐스터, 쇼호스트, 가수까지 활동범위가 넓어졌다. 최근 LG전자는 자사의 가상 인플루언서인 래아의 뮤지션 데뷔를 위해 엔터테인먼트 콘텐트 기업 미스틱스토리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래아는 올해 말 K팝 가수로 무대에 설 예정이다. 뉴스1

여기에 ③인공지능(AI) 및 3D 모델링 기술의 발달로 현재의 가상 인플루언서들은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불쾌한 골짜기란 로봇 등이 인간을 닮지 않았을 때보다 어설프게 닮았을 때 혐오도가 증가한다는 이론입니다. 그러나 그 수준을 넘어 구별하기 어려운 만큼 인간과 많이 닮았다면 호감도는 다시 상승하게 되죠.

또한 ④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만나면서 가상 인플루언서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마케팅 55권 제 9호)입니다. 우리나라엔 로지 이외에도 지난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LG전자의 신제품을 소개했던 김래아(23), '방시혁이 반한 가상인간'으로 유명한 한유아 등이 있습니다.

두 가상인간 모두 로지처럼 가수 활동도 예고했는데요. 김래아는 최근 미스틱스토리와 업무 협약을 맺고 가수 윤종신이 프로듀싱한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고요. 한유아는 YG케이플러스와 전속계약을 맺고 이르면 이달 말 음원 발매를 앞두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의 가상 인플루언서들은 여성만 존재하는데요. 외국처럼 남성, 플러스사이즈모델, 외계인과의 혼종 등 성별과 인류를 뛰어넘은 다양한 가상 인플루언서의 등장을 기대해 봅니다. 김선영 순천대 교수가 2019년 논문에서 밝혔듯, 가상 인플루언서들은 "서로 다른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를 확산시키고 보다 긍정적인 변화를 이끄는" 역할도 하니까요.


가상인간, 메타버스... 당신은 다중현실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나요

메타에서 운영하는 가상현실(VR)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가 지난 4일부터 아바타 간 성추행 등을 방지하기 위해 4피트(1.2m) 거리의 안전 거리를 적용했다. 호라이즌 제공

메타에서 운영하는 가상현실(VR)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가 지난 4일부터 아바타 간 성추행 등을 방지하기 위해 4피트(1.2m) 거리의 안전 거리를 적용했다. 호라이즌 제공

앞서 소개드린 책 '메타버스 사피엔스'에서 김 교수는 가상 인플루언서들을 '디지털 휴먼'이라 지칭하며 "이들은 다가오는 새로운 현실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포스트팬데믹 시대에 탈현실화는 급속도로 빨라져 다중 현실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다중 현실은 '메타버스가 또 하나의 현실이 되는 세상'으로 묘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마케팅 측면에서 조명받고 있지만 보다 활성화된다면 예상치 못한 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윤리 문제도 그중 하나일 겁니다. 이미 메타버스 속 성범죄가 떠오르고 있는데요. 성범죄 때문에 거리두기 기능을 도입한 메타버스 플랫폼도 있고요.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는 이를 감안해 '성적 인격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비접촉 성범죄 대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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