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치 육박한 원유·나프타 국제가격
이란산 원유로 쏠리는 업계 눈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국내 정유·화학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와 나프타 등의 수입이 금지되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해당 기업들은 다급히 공급망 다변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화학제품 원료 '나프타' 수입가격 2배 폭등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의 핵심 지표인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25일 8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뒤 현재 94달러 선으로 내려왔다. 미국이 경제 제재 대상에서 러시아산 원유(글로벌 생산량 12.6% 담당)를 제외하자 글로벌 공급망 붕괴 우려가 다소 수그러든 덕분이다. 그럼에도 국제유가가 연중 강세를 띨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라 국내 정유·화학사들은 유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업계다. '납사'로도 불리는 나프타는 에틸렌·프로필렌 등 석유화학업체들이 생산하는 주요 제품의 원료인데, 원유에서 나프타를 뽑아내다 보니 원유가격이 오르면 나프타 가격도 덩달아 뛴다. 지난해 12월 나프타 수입가격은 톤당 775달러로 1년 전보다 97% 급등했다. 같은 기간 원유 수입가격 증가율(81%)을 웃돈다. 업계는 수입가격이 무섭게 뛰어 원가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최근 정부에 한시적으로 수입 나프타에 대한 관세를 없애달라며 '긴급할당관세'를 요청했다.
내부적으로는 나프타 공급망을 추가로 확보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업계는 나프타 사용량의 4분의 1가량을 조달할 정도로 러시아산 나프타 의존도가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래처를 중동으로 바꾸면 이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해 원가 부담이 더 커진다"며 "유가 안정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란산 원유 연내 풀릴까" 기대
정유업계의 경우 유가 상승은 기존 원유 보유분 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단기적으로 회계상 이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고유가 상황이 길어지면 고난의 시대가 열린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유가가 뛰면 정유사들이 원유를 정제해 만든 휘발유, 경유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 정유사 임원은 "휘발유 값이 L당 2,000원을 넘어가면 대부분 소비를 확 줄인다"며 "수요가 줄면 정유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마이너스 마진을 감수하면서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란과 서방의 핵 합의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협상이 타결되면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가 풀려 2018년 이후 중단된 이란산 원유 수입이 다시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이 13% 내외인 최대 수입국 중 한 곳이다. 최근 일부 외신도 국내 정유회사 2곳이 이란 석유공사와 원유 수입 재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란 핵 협상 타결 시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란산 원유가 풀리면서 유가 안정에 기여하고 나프타 가격 하락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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