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틈타 북한이 27일 오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발사했다. 올 들어 8번째 무력시위인데 국제적으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정세의 불안이 고조되는 예민한 시기에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까지 고조시키는 북한의 도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미사일 무력시위는 지난달 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발사한 뒤 약 한 달 만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도발을 자제하다가 올림픽이 끝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도발을 재개한 것이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쏠린 상황을 이용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이지만, 미국이 북한의 뻔한 노림수에 걸려들 것이라 생각했다면 오판이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대선 국면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남남갈등을 야기하는 시도라 하더라도 성공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미국 탓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자가당착적 억측일 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북한은 전쟁 발발 나흘 만에 외무성을 통해 “세계패권과 군사적 우위만을 추구하던 미국의 강권과 전횡”을 거론하며 우방인 러시아를 두둔하고 미국을 비난했다. 미 제국주의에 저항한다는 북한이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무력침공을 두둔하고 나선 것 자체가 모순이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핵ㆍ미사일 개발의 계기로 삼는다면 국제사회의 더욱 강력한 제재만 자초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청와대는 북한 도발 즉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고 탄도미사일 발사에 깊은 우려와 엄중한 유감을 표명했다. 정부는 북한의 추가 도발에 만반의 대비를 갖추는 한편,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남북 및 북미대화의 채널 복원을 위한 노력도 재개해야 한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자위권 강화의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까지 감안한다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대선 국면에서 여야 후보들이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은 특별히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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