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개럿 모건의 방독면
최초의 방독면은 냄새 때문에 만들어졌다. 인류는 중세 흑사병 시대를 넘겨 근대로 접어들 때까지 전염병이 악취와 관련이 있다고 여겼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해면체 같은 스펀지로 냄새를 막았고, 17세기 의사들은 새의 부리처럼 생긴 마스크를 방독면처럼 썼다.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에는 허브 등 향기 나는 것들을 채워 악취를 차단, 중화했다. 세균(병원균)의 존재가 확인된 건 현미경이 만들어진 17세기 중반 무렵이었고, 바이러스의 정체는 19세기 말에야 파악됐다.
의사 다음으로 방독면을 쓴 건 소방관과 광부였다. 유럽 소방관은 18세기 중반 무렵부터, 광부들은 19세기부터 독한 연기나 먼지를 덜 마시기 위해 호스에 공기 주머니를 매단 원시적 방독면을 썼다. 숯가루나 석회 등을 활용한 초보적 형태의 필터가 등장한 것도 그 무렵부터였다. 영국인 발명가 존 딘(John Deane, 1800~1884)이 동생 찰스와 함께 1823년 특허를 낸 '연기 헬멧(Smoke Helmet)'은 중세 기사들의 투구 혹은 잠수 장비처럼 생긴 거였다. 군인이 방독면을 처음 쓴 건 1차대전 독일군의 염소가스 공격을 막기 위해 1915년 영국군이 쓴 '베일 마스크'가 최초였다.
방독면의 대중화는 미국인 흑인 발명가 개럿 모건(Garrett Morgan Sr., 1877.3.4~1963.7.27) 덕이었다. 화재 유독가스가 위로 떠서 공간 아래쪽 공기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오염된다는 사실에 착안한 그는 아래로 공기튜브를 늘어뜨린 형태의 방독면을 개발해 1914년 특허를 얻었고, 2년 뒤 이리호 터널 폭파사고 현장에서 자신의 '스모크 후드'를 쓰고 다수의 노동자를 구조했다. 이후 오하이오 소방당국이 그의 방독면을 현장에 도입했다.
모건은 적황록 삼색 교통신호등을 처음 개발해 1923년 특허를 얻는 등 다수의 발명품으로 세상을 이롭게 했고, 그렇게 번 돈으로 유색인지위향상협회에 통합된 클리블랜드 유색인협회를 창립했고, 다수의 흑인 교육기관에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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