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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만약 6개월 안에 지구에 혜성이 충돌해서 지구가 멸망할 예정이라면, 당신은 어떤 준비를 할 것인가. 지구에 그대로 있으면서 죽음을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우주선을 준비해서 지구를 탈출할 것인가. 아니면 혜성의 궤도를 바꿀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볼 것인가. 2021년에 개봉된 영화 '돈룩업'에서는 천문학자들이 바로 이런 대재앙을 인류에게 경고하는 와중에 정치권, 미디어, 대중이 보이는 반응이 풍자적으로 묘사된다.
실제로 소행성 '아포피스'가 2029년 4월 13일, 지구 정지궤도의 안쪽까지 들어올 예정이다. 아포피스는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거대한 독사의 이름이다. 이집트 신화 속에서 태양신 라와 대결하는 신인 아펩에서 이름을 따왔다. 태양신 라가 질서와 빛, 정의를 상징한다면, 아포피스는 혼돈과 어둠을 뜻하는 악의 신이다. 2004년 12월에 처음 발견된 아포피스 소행성은 지름이 미국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보다 조금 큰 400m에 달한다.
소행성은 태양계를 이루는 기본 구성원으로서 태양계에서 차지하는 질량비는 극히 미미하지만, 태양계 생성 초기의 물질을 고스란히 품고 있어서 초기 태양계의 상태를 설명할 수 있는 화석과 같은 가치가 있다. 지구에 과거 공룡이 살았던 사실을 우리가 화석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소행성을 통해서 우리 태양계의 과거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또한 소행성은 크기와 질량이 작아서 외부의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해왔기에, 45억 년 태양계 역사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들의 시나리오를 설명하는데 적합하다.
지난 2020년 12월 일본의 하야부사 2호가 소행성 '류구'에서 채집한 시료가 담긴 캡슐이 호주사막에 도착했다. 하야부사 2호의 성공은 일본이 세계 최고 수준의 초정밀 제어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미국의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호는 2020년 10월 소행성 '베누' 표면에 성공적으로 착륙하여 시료를 채집하였다. 류구와 베누는 모두 탄소질 소행성으로, 생명체의 기원과 관련이 있는 유기물이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연구 가치가 매우 높다.
2029년에 지구에 초근접하는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를 위해서 우리나라에서 탐사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가 만든 발사체에, 우리나라가 만든 탐사선을 실어서, 독자적인 과학 연구를 목적으로 도전하는 첫 번째 우주탐사 임무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천문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가 함께 추진한다. 미래 자원이자 태양계 탄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소행성을 탐사하고, 그 과정에서 심우주 항행과 우주통신, 발사체 기술 등 선진 우주기술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우주 물체의 궤도상 충돌과 지구 추락 등 우주위험의 가능성이 증가하면서, 국가 안보 차원에서 우주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과 일본이 이미 소행성 탐사와 샘플 귀환에 성공했다. 아포피스 탐사선은 소행성과 동행비행(랑데부)을 하는 미션이다. 동행비행이란 소행성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며 관측하는 비행이다. 궤도상에서 연료 주입과 수리, 도킹, 우주 쓰레기 제거, 적국 위성 감시 등 우주의 상업적 이용과 군사적 목적에 꼭 필요한 기술이다. 게다가 소행성은 그 자체로 귀금속과 희토류 자원의 보고이다. 아포피스 사업은 우주 자원 채굴 등을 통해 투자금 대비 73%에 해당하는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경제성 분석 결과가 있다. 아포피스 탐사 임무는 한국의 우주 기술 수준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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