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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노트북 '뇌'도 모바일 칩으로 바뀐다... 속 타들어가는 인텔·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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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노트북 '뇌'도 모바일 칩으로 바뀐다... 속 타들어가는 인텔·삼성전자

입력
2022.03.02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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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노트북 시장 점유율 1위 레노버
MWC서 퀄컴 칩 탑재 싱크패드 공개
2년 전 애플의 '탈인텔' 선언 이어
ARM 칩셋의 PC 시장 진출 본격화

지난달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 행사장의 퀄컴 부스 모습. 바르셀로나=AFP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 행사장의 퀄컴 부스 모습. 바르셀로나=AFP 연합뉴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현지시간)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모바일 전시회로 진행 중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 현장. 이곳에선 미국 인텔이 아닌 퀄컴의 칩셋을 탑재시켜 선보인 레노버 '싱크패드' 노트북이 색다른 볼거리로 주목됐다. 글로벌 노트북 업계 1위인 레노버의 싱크패드에 세계 최초로 모바일용인 퀄컴의 칩셋이 내장됐단 사실은 주위의 이목을 끌기엔 충분했다. 그동안 스마트폰에 주로 장착됐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급격한 성능 향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컴퓨터(PC)나 노트북의 '뇌' 역할이 모바일 AP로 넘어간 모양새다. 기존 PC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지배자였던 인텔이나 모바일 AP로 선보였던 '엑시노스'의 부진 탓에 고전 중인 삼성전자에는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모습으로 보였다.

'노트북의 역사' 싱크패드에 첫 모바일 기반 칩셋 탑재

레노버의 싱크패드 노트북. 레노버 홈페이지

레노버의 싱크패드 노트북. 레노버 홈페이지

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레노버는 이번 'MWC 2022' 행사에 퀄컴의 칩셋 '스냅드래곤 8cx' 3세대를 포함시킨 신제품 '싱크패드 X13'을 공개했다. 레노버가 자사 프리미엄 노트북 제품 라인인 싱크패드에 인텔이나 AMD가 아닌 퀄컴의 프로세서를 탑재시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싱크패드의 스냅드래곤 채용과 관련, 모바일 기반 프로세서의 PC 시장 진출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싱크패드는 전 세계 노트북 업계 1위인 레노버의 주력 제품군으로, 다수의 충성 고객을 보유한 상징적인 브랜드다.

'노트북'의 개념조차 생소했던 1980년대 당시, PC 분야의 절대강자로 군림한 IBM에서 선보인 브랜드가 싱크패드였다. IBM이 2005년 PC 사업부를 레노버에 매각하면서 주인이 손바뀜했지만, 싱크패드는 여전히 최고의 노트북 브랜드로 손꼽힌다. 30년 역사의 싱크패드에 최초로 모바일에 기반한 프로세서가 탑재됐단 사실은 노트북 시장의 지각 변동을 의미하는 셈이다.

애플이 쏘아올린 '탈(脫)인텔' 신호탄... 기기 경계 허물어진다

애플 로고. AFP 연합뉴스

애플 로고. AFP 연합뉴스

사실 수년 전부터 모호해지던 스마트폰·태블릿과 노트북 등 모바일 기기의 경계는 애플이 지난 2020년 M1 칩셋을 출시하면서 완전히 허물어졌다. 모바일 중심의 ARM 설계를 기반으로 애플이 최적화 및 수정한 M1칩이 기존 인텔 칩셋보다 월등히 뛰어난 성능과 낮은 발열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프로세서는 기존 PC 프로세서보다 성능이 떨어질 것이란 세간의 평가를 뒤집은 것이다.

이는 향후 ARM 기반 칩셋이 모바일 기기를 넘어 PC 시장의 '대세'가 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던 배경이기도 했다. ARM은 영국의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으로, 전 세계 모바일 반도체 설계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아이폰과 맥북에 들어가는 '애플 실리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퀄컴 스냅드래곤', '삼성전자 엑시노스' 등은 모두 ARM의 디자인에 기반된 제품이다. 엔비디아와 인텔, 삼성전자 등이 인수합병(M&A) 대상으로 공공연히 ARM을 노려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유일한 걸림돌이었던 프로그램 호환성 문제 등도 점차 해결되면서 시장 변화의 속도 또한 빨라지고 있다. 인텔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진 퀄컴의 선언이 현실 속에서 증명되고 있는 모양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박람회로 열렸던 'CES 2022'에서 "PC의 미래는 ARM 기반 스냅드래곤 플랫폼"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속타는 인텔과 삼성전자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지난달 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텔 투자자 대상으로 열린 '인베스터 데이 2022'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로이터 연합뉴스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지난달 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텔 투자자 대상으로 열린 '인베스터 데이 2022'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로이터 연합뉴스

모바일 칩셋의 성장에 속이 타는 건 인텔이다. 기존 PC 시장의 주 고객을 모두 내줄 위기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애플이 일찍부터 '탈(脫)인텔' 선언과 더불어 ARM 기반 설계에 힘을 쏟으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선 가운데 퀄컴 또한 레노버를 비롯한 에이수스, HP, 델 등 PC 제조사와의 협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위기를 느낀 인텔이 뒤늦게 지난해 초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를 구원투수로 영입하고, 투자에 들어갔지만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퀄컴에 스마트폰 AP 시장 주도권을 내준 삼성전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체 개발한 AP 엑시노스의 부진이 뼈아프다. 지난달 공개한 주력 스마트폰 갤럭시 S22 내수용 제품에도 저조한 인기와 낮은 수율 때문에 엑시노스 대신 스냅드래곤을 탑재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업계 1위 퀄컴과의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엑시노스를 탑재한 노트북 출시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루머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AP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가 점점 축소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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