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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 뽑기 vs 나쁜 사람 안 뽑기

입력
2022.03.02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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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안면 근육 떨게 한 SNL 주현영
'밸런스 게임'이 일깨우는 대선 투표 원칙
투표의 '2종 오류' 막는 현명한 유권자 돼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SNL 코리아'에서 인턴기자 연기를 하고 있는 주현영. 한국일보 자료사진

'SNL 코리아'에서 인턴기자 연기를 하고 있는 주현영. 한국일보 자료사진

요즘 20대 여배우 가운데 코믹 이미지로 인기 급상승 중인 인물을 꼽자면 단연 주현영이다. 'SNL 코리아'에서 어수룩한 인턴 기자로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최근 패션 매거진 '보그 코리아'와의 인터뷰가 화제다. 한 대선 후보와의 인터뷰 후일담 때문이다. 주현영은 “측근의 사전 부탁에도 불구하고 껄끄러워하는 질문을 던지자, 후보가 입으로는 웃지만 안면 근육이 파르르 떨리시더라”라고 말했다. 온라인과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해당 후보가 누군지를 놓고 다양한 말이 오가고 있다.

주현영이 대선 후보를 궁지에 몰아넣는 무기는 ‘밸런스 게임’이다. 고르기 까다로운 두 옵션을 순간적으로 제시해 속내가 드러나게 만든다. 예컨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 아내와 결혼하기 vs 대통령 되기’라는 질문을 받았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이재명이 내 캠프에서 일하기 vs 내가 이재명 캠프에서 일하기’ 중에서 답을 골라야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따님이 두 집 중 하나와 결혼해야 한다면, 무속인을 믿는 집 vs 전과 4범이 있는 집’이라는 물음에 진땀을 흘렸다.

그 방식대로 독자 분들에게 질문을 던져 보겠다. ‘좋은 후보 뽑기 vs 나쁜 후보 안 뽑기’ 중 어떤 게 좋을까?

투표일을 앞두고 유력 후보가 두 명으로 좁혀지면, 유권자가 범할 수 있는 오류는 두 가지다. 좋은 후보를 탈락시키는 오류이거나 나쁜 사람을 선택할 오류다. 통계학의 가설검증 이론을 빌린다면 전자는 ‘1종 오류’(참을 거짓으로 판단), 후자는 ‘2종 오류’(거짓을 참으로 판단)에 가깝다.

대부분 유권자는 ‘1종 오류’의 최소화, 즉 좋은 사람 선택에만 집중한다. 후보들의 면면과 공약을 열심히 비교한다. 그리고 상당수는 ‘찍을 사람이 없다. 맘에 드는 사람이 없다’고 기권한다. 그러나 ‘2종 오류’까지 생각한다면,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좋은 후보 뽑는 것보다 나쁜 후보의 당선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공약을 다른 방식으로 점검해야 한다. 공약이 현실적인가, 특정 계층의 표심을 위한 무리한 공약이 공동체 전체에 미칠 부작용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20대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어떤 오류를 더 경계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2종 오류다. 우리는 대외변수 영향력이 큰 개방국가다. 그래서 훌륭한 대통령도 나라를 단기간에 눈에 띄게 좋게 만들기 어렵다. 국제정세의 우호적 변화가 국익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4, 5년 전 중국의 기술탈취 상황에서도 한국이 반도체ㆍ배터리 분야에서 입지를 지켜낸 게 대표 사례다. 중국이 따라잡지 못한 건 우리의 압도적 기술력보다는 화웨이 제재 등 미국이 ‘안보 논리’로 중국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무모함이 한국 첨단산업을 살렸다는 얘기가 나오는 건 무리가 아니다.

반면 대통령이 나라를 힘들게 만드는 건 쉽다. 의사가 환자를 고치는 건 어렵지만, 환자 상태를 쉽게 악화시킬 수 있는 것과 같다. 그 사례로 멀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찾을 필요도 없다. 소득주도성장, 징벌적 부동산 대책, 탈원전, 북한 비핵화, 전통적 동맹체제에서의 이탈 등이 빚은 결과를 보라. 선제 대책이 없으면 8년 뒤에는 재정 상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공약이 복잡하고 비교하기 어렵다면, 나쁜 후보를 골라낼 간단한 팁도 있다. 과도하게 검증받은 배우자는 빼고, 각 후보의 주변을 살펴보라. 오랜 측근이 ‘이 사람은 절대 안 된다’는 폭로를 했거나, 주변에 사람이 없다면 2종 오류의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3월 9일, 1·2종 오류를 모두 회피하는 국민적 선택을 기대한다.

조철환 에디터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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