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축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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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과 소박하지만 당찬 바람들을 연쇄 기고에 담아 소개합니다.
관중은 다 보고 있다. 현대 축구 경기에선 이른바 '신의 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선수들과 운동장을 함께 뛰는 주심과 부심 말고도 12대의 카메라가 경기장 전역을 샅샅이 지켜보고 있다. 비디오판독(VAR)이 도입되면서다. 국내 프로축구 K리그에는 2017년 이미 도입됐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도 첫 적용됐다. VAR가 있었더라면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전에서 핸드볼 반칙으로 골을 넣은 마라도나의 "신의 손에 맞고 들어갔다"라던 변명은 어림없었을 것이다. 애초 오심도 없었을 거다.
대선이라는 시합을 뛰는 선수들 역시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승리를 위한 눈속임과 반칙이 통하지 않는 시대다. TV토론에서 대선주자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국민들은 검증에 나선다. 바로 모바일로 검색해서 팩트체크하고, 온라인상에는 실시간 리뷰 콘텐츠가 쏟아진다. '유튜브 정치'도 득세하고 있다. 정치에서도 본격 VAR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번 대선 캠페인을 보면서 아쉬운 건 선수들이 환경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축구는 4년 주기 월드컵을 통해 변화를 꾀했다. 1974년 서독 월드컵 때 네덜란드가 구사한 토털사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우승으로 이끈 독일의 압박축구, 1994년 미국 월드컵 우승팀 브라질의 콤팩트사커 등이 대표적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대선은 정치 패러다임 변화의 바로미터다. 어린 시절 아버지 손을 잡고 여의도와 동대문운동장을 찾아 당시 대통령 후보의 대중연설을 봤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때의 민주 대 반민주, 보수 대 진보 같은 선명한 구도는 흐릿해진 지 오래다. 축구가 변했듯 정치도 변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통합적 리더십이다. 100점짜리 지도자는 없다. 더군다나 다원화·다변화된 사회에선 나오기 어렵다. 경제, 국방, 외교, 교육, 환경, 문화 등 분야별 전문가에게 맡기면 된다. 대통령은 이들 전문가를 효과적으로 통솔할 줄 아는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하면 그만이다. 한데 대선주자들은 하나같이 선수이기를 자처한다. 저마다 볼을 잘 찬 이력만 강조한다. 본인이 선수가 돼 골을 넣겠다고 한다. 여기서 하나 묻고 싶다. 히딩크와 퍼거슨, 이들은 어떻게 세계적 감독이 됐을까. 선수 시절 기량이 출중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축구는 팀스포츠다. 팀 전력은 약할 때도 있고, 강할 때도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전력이 떨어져도 감독이 우수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반면 감독이 부족하면 선수들도 팬들도 안다. 그리고 더 적극적으로 감독을 지원하면 된다. 국가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선거인 만큼 뽑을 사람이 없다는 말을 더는 하지 말자.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싶은 건 결과가 어떻든 패자는 승자에게 승복을 하고, 승자는 패자를 위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한 게임을 전제로, 그게 바로 스포츠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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