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선풍적인 '로드 숍' 유행을 이끌었던 1세대 화장품 브랜드숍 미샤가 해외에서 부활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으로 진출한 동남아시아에서는 K-뷰티 인기를 등에 업고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2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동남아 온라인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딘 미샤는 1년 만에 라자다, 쇼피 등 전자상거래(e커머스) 플랫폼 내 매출이 두 배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말 라자다 필리핀에서 진행한 12.12 행사 땐 12시간 만에 뷰티 부문 전체 매출 1위를 차지했고, 구매자 수가 9월 대비 3배나 급증했다. 10년 넘게 공을 들여 온 중국 시장 매출이 코로나19 이후 줄어든 것과는 반대의 상황이 동남아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미샤는 동남아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을 기회로 보고 있다. 6억 인구를 자랑하는 동남아 국가 평균 연령은 약 30세로, 2025년이면 e커머스 시장 규모가 1,720억 달러(약 205조 원)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샤 브랜드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동남아 국가들은 비교적 무역 리스크가 적은 편이고, 연중 날씨 변화가 크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화장품 콘셉트가 명확한 편"이라며 "한국 문화, 특히 화장품에 좋은 이미지까지 가지고 있는 만큼 향후 동남아 시장은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꾸준히 성장 중인 일본, 미국 시장과 더불어 동남아 시장 반응이 예상보다 뜨거워지면서 에이블씨엔씨의 매출액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년 새 약 두 배 늘었다. 2019년만 해도 23.2% 수준이었던 수출 비중은 2020년 27.7%, 지난해 3분기에는 41.9%까지 치솟았다. 사실상 매출의 절반가량이 해외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미샤가 국내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기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다. 에이블씨엔씨가 운영하는 미샤 등 직영점 비중은 매해 큰 폭으로 줄었는데, 2019년 60%에서 2020년 43%, 지난해 3분기에는 32%까지 떨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미샤는 2019년과 2020년 각각 140곳 넘는 가맹점 및 직영점을 접었고, 지난해 추가로 점포를 정리하면서 현재는 300여 곳의 오프라인 매장만 운영하고 있다.
눈을 해외로 돌린 것은 미샤뿐만이 아니다. 네이처리퍼블릭과 더페이스샵, 스킨푸드 등 한때 번화가를 수놓았던 대부분의 화장품 로드 숍이 국내 매장 수를 줄이고 해외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통적인 타깃은 일본과 중국이었지만, 최근에는 동남아 e커머스 시장에서 반응이 뜨겁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화장품 전문점도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자사몰이나 e커머스 입점을 통한 온라인 경쟁력이 중요하다"며 "당분간 이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