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으로 예상한 러 침공 행위]
제네바 협약 '중대 위반 행위' 해당 가능성 높아
러시아 반대로 ICJ·ICC 재판은 어려울 전망
대안으로 '보편적 재판관할권'도 거론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유엔 산하기구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오는 7일(현지시각)과 8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청문회를 개최한다. 러시아가 침공 명분으로 삼은 돈바스 지역의 집단학살 주장 등과 관련한 진실공방이 국제여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도마에 오른다. 7일은 우크라이나가 진술하고, 8일은 러시아가 주장할 기회를 얻는다. 또한 전범을 처벌하는 국제형사재판소(ICC)도 러시아의 침공과 관련한 조사에 착수함에 따라 '전쟁범죄' 성립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먼저 국제법적 관점에서 군사 행위가 전쟁범죄로 규정되기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더스틴 루이스 하버드 로스쿨 교수는 "군사 행위가 무력충돌과 충분히 연관돼야 하며, 국제인도주의법이나 관습법을 심각하게 위반해야 한다"고 1일 미국 일간 USA투데이에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하나의 국제조약이 전쟁범죄를 완벽하게 정의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관련된 여러 조약을 검토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적용할 사항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전쟁범죄를 다루는 대표적인 국제조약으로는 제네바 협약, 로마 규정, 집단살해죄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CPPCG) 등이 있다.
ICC가 기반을 두고 있는 로마 규정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이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로마 규정은 1998년 중대한 인권 침해 등의 범죄 행위를 국제적 차원에서 처벌하기 위해 맺은 협약으로, 전쟁범죄 요건으로 '제네바 협약에서 규정한 중대한 위반 행위'를 들고 있다. 여기에는 △고의적인 살해와 고문 △의도적으로 중상을 입히거나 심한 고통을 주는 행위 △포로가 적국을 위해 복무하도록 강제하는 행위 △군사적 필요에 의해 정당화될 수 없는 광범위한 재산 파괴 행위 등이 포함된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러시아 침공으로 인한 대규모 재산·인명 피해가 보고되는 만큼, 로마 규정 위반이 확실하다고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이번 사태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ICJ 청원 과정에서 언급한 '집단살해죄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에 따라 집단학살에 해당할 가능성도 높다. 해당 협약에선 '국민적, 인종적, 민족적, 또는 종교적 집단을 전부 또는 일부 파괴할 목적으로 이뤄진 집단 구성원 살해 또는 중대한 육체적·정신적 위해 등'을 집단학살로 정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이 협약에 가입해 있다.
다만 러시아가 전쟁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판명나도 국제재판소에서의 처벌은 어려울 수 있다. ICC 규정에 따르면 처벌을 위해선 가해국과 피해국 모두 법원의 재판관할권을 인정해야 하는데 우크라이나는 관할권을 인정한 반면, 러시아는 지난 2016년 ICC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ICJ 소송도 마찬가지로 분쟁 당사국의 동의를 전제로 해 러시아가 동의하지 않는 한 재판 진행 가능성은 낮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제소는 실질적 처벌보다는 국제사회를 향한 지지 호소의 목적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러시아를 응징하기 위한 대안으로 '보편적 재판관할권' 적용도 거론되고 있다. 보편적 재판관할권이란 집단학살과 같은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주체는 꼭 해당 국가가 아니어도 처벌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영국, 독일, 스페인 등에서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은 지난해 자국민이 아닌 전직 시리아 정보기관원을 체포해 고문과 살해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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