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 중기중앙회장
편집자주
20대 대선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과 소박하지만 당찬 바람들을 연쇄 기고에 담아 소개합니다.
요트 경주에서 2등이 1등을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는 딱 한 번,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때라고 한다. 한국의 삼성과 엘지 TV가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을 앞지를 수 있었던 비결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잘 잡아냈기 때문이다.
여느 선거 때도 그러했지만 3월 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은 급변하는 이 시대의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 진정한 지도자는 자신이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충격과 미국 등 주요국의 급격한 긴축전환, 글로벌 공급망 문제, 신냉전 등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양극화 심화와 저성장의 고착화와 함께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생산가능 인구도 급감하기 시작했다.
대전환기를 맞아 모든 국민이 행복한 세상은 소수 대기업의 성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고용의 83%를 차지하는 688만여 개 중소기업이 성장과 고용의 중심이 돼야 한다.
최우선 과제는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결이다. 지난 60년 한국경제사를 되돌아보면 중소기업은 국가경제와 대기업 발전의 밀알이었다. 하지만,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양극화가 심화됐다. 매출액은 전체 대기업(52%)과 전체 중소기업(48%)이 비슷한 규모이지만, 영업이익의 경우 대기업(57.2%)과 중소기업(25%)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차기 정부는 중소기업이 공정한 경제 생태계 속에서 땀 흘린 만큼 정당한 대가를 보장받아 신규투자를 늘리고, 종업원 인건비도 올리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고용과 노동정책의 균형도 필요하다. 고용이 없는 노동은 있을 수 없는데 중소기업은 과도한 노동규제로 고용을 늘리는 건 고사하고,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가장 개선이 필요한 정책은 주 52시간제이다. 일을 더 할 수 없게 되면서 임금이 줄어든 근로자는 생계를 위해 투잡을 뛰고,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은 동종업계 간 직원을 맞교환해 근무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노사가 합의하면 월과 연단위로 근로시간을 유연화해 일할 권리와 돈 벌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특히, 기업 의욕을 떨어뜨리고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는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 혁신과 성장을 뒷받침할 법·제도적 기반을 선제적으로 마련하지 않으면 중소기업은 경쟁력을 잃어 도태되고, 일자리는 사라지게 된다.
중소기업은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근로자와 함께하는 경제 공동체이다. 기업 할 맛 나는 세상, 일자리 걱정 없는 나라를 위한 정책 공약과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당선돼 중소기업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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